같은 편의점인데 할인금액도 '제각각'
커피전문점들은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 차원에서 고객이 가져온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지만, 편의점들은 대체로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할인을 하는 편의점들도 있지만, 커피기계 노즐 높이가 낮아 텀블러를 끼워 넣을 수 없어 '할인'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CU,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별로 5개 지점을 방문해 총 25곳을 직접 돌아본 결과, 텀블러로 커피를 제대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5곳 가운데 18곳은 텀블러 할인이 아예 없었고, 10곳은 텀블러를 들고 가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뽑아야만 했다.
◇"컵에 받아서 텀블러에 옮겨 담으세요"
5대 편의점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이마트24는 아예 텀블러 할인을 하지 않았다. 텀블러를 가지고 가도 무조건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만 했다. 미니스톱 강남스퀘어점에서 텀블러 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은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서 텀블러에 다시 넣는 방법이 있다"라며 일회용 컵을 내밀었다. 세븐일레븐 강남역TGI점 직원은 "크기가 안 맞아서 들어갈까 모르겠다"며 텀블러 사용을 꺼렸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소비자센터에 문의해보니 "텀블러 사용과 관련해 별도의 공지가 내려간 적은 없다"면서 "텀블러에 커피를 팔고 안 팔고는 점주들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도 '텀블러 할인' 여부는 '점주의 재량'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둘러보니 이마트24 편의점에서 텀블러 할인이 적용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CU와 GS25는 본사 차원에서 '텀블러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특히 CU는 3월부터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면 200원씩 할인해 주도록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본사 방침과 달리 실제로 방문했던 CU 편의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텀블러 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할인해주더라도 편의점에 따라 어떤 지점은 100원을 할인해주고 어떤 지점은 200원을 할인해주는 등 제각각이었다.
이에 대해 CU 편의점 서비스센터는 "점주분들이 볼 수 있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텀블러 할인 관련 공지를 이미 올린 상태"라며 "공지를 보지 않은 점주들이 할인을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책임을 돌렸다.
◇ 텀블러를 넣을 수 없는 커피기계
'텀블러 할인'을 받아도 문제였다. 대부분의 편의점에 설치된 커피 기계는 종이컵 높이에 맞춰 설계돼 텀블러를 끼워넣을 수 없다. 결국 종이컵에 커피를 내려받아 텀블러에 따르거나, 텀블러를 기울여서 커피를 받아야 했다.
편의점별로 사용되는 커피기계의 종류도 달랐다. GS25와 미니스톱은 동일한 1종의 기계를 사용하지만, CU와 세블일레븐, 이마트24는 2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기계 종류에 상관없이 텀블러를 놓고 커피를 받기는 어려웠다.
GS25를 비롯해 편의점에 설치된 커피기계의 높이는 대략 16cm.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중간 사이즈 텀블러 높이는 대략 19cm 안팎이다. 편의점 커피기계가 텀블러 높이보다 낮으니 끼워 넣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음료가 나오는 공간을 유리 커버로 막아놓은 커피기계도 있어서 자칫 텀블러로 커피를 받았다가 뜨거운 커피 물에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어 보였다. 이런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일부 편의점은 텀블러를 가지고 가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받아 다시 텀블러에 옮겨 담아야 했다.
1잔에 1000~1200원 하는 편의점 커피. 커피전문점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편의점 커피 판매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GS25에서 판매된 커피는 1억5000만잔에 달했고, CU에서도 1억4000만잔이 팔렸다.
최근 편의점들은 친환경 컵이나 텀블러 할인 등으로 환경지킴이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판매 현장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행태에 대해 한 소비자는 "텀블러 할인을 하면서 실제로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는 기계를 가져다 놓고 무슨 환경지킴이냐"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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