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해 문화공연계는 그야말로 고사직전에 이르렀지만 방송과 영화는 '한류' 바람을 타고 수출이 오히려 큰폭으로 늘었다.
특히 방송은 넷플릭스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과 접점을 늘리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말 넷플릭스에서 개봉됐던 '스위트홈'은 전세계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타트업' '더킹' '청춘기록' 등도 전세계 TV쇼 순위에서 한 분기 가까이 순위권에 머물러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주로 일본과 중국 등에서 인기를 얻었던 한국드라마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OTT로 빠르게 전환한 덕분에 아시아 전역을 넘어 미주 지역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방송뿐만 아니다. 영화도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자, 발빠르게 OTT 개봉으로 태세를 전환한 덕분에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 편수는 전년보다 401편이 늘어난 975편이 수출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완성작 수출(약 603억원)이 서비스 수출(약 328억원)를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권역별로는 아시아지역 수출은 전년대비 오히려 8.8% 감소한 약 269억원을 기록했지만, 한국영화의 불모지였던 중남미에서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 수출이 8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일본 수출이 42억원이었다.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중국 수출(27억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했다.
이같은 분석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이 최근 발간한 '2020 한류백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번 백서에서는 코로나 이후 방송과 영화, 음악, 게임 등 6대 문화콘텐츠의 한류 흐름과 뷰티·음식·패션 등 4대 소비재·서비스 산업의 현황과 이슈, 수출 경로, 그리고 전망까지 총망라해놨다.
지난해 음악분야는 코로나 사태로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른 피해액이 14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SM과 JYP, 빅히트 등 대형기획사들은 온라인 콘서트로 전환하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은 119개국 99만3000만명의 시청자들을 모았고, 이후 많은 가수들이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비대면 만남을 시도했다. 또 각종 시상식들은 증강현실, 확장현실, 3D 입체음향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소기획사들은 자금력의 한계로 이런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일어났다.
음악한류의 수출액은 일본이 4000억원, 중국이 1230억원, 동남아가 780억원, 북미가 80억원, 유럽이 78억원에 달했다. 북미 시장은 전년보다 30.8% 증가했다. 음악수출은 라이선스 방식보다 음반판매를 통한 완제품 수출이 70.6%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1000만장에 육박하는 음반이 팔렸고, 세븐틴과 블랙핑크, 아이즈원, 트와이스 등도 지난 한해 1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팔았다.
백서에서는 "K팝이 지역 음악을 넘어 글로벌 대중음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도, 북중미 흑인 역사‧문화와 관련한 '문화 도용(Cultural Appropriation)' 논란이 빈번하게 제기됐다"면서 "이는 한국 음악의 확장성에 따른 일종의 '과도기적 성장통'으로, 문화 도용의 여부는 향후 타 문화양식 차용 시 꼼꼼히 따져보고 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홈 엔터테인먼트'인 게임은 팬데믹 상황에서 크게 번성했지만, 그 양상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 중심의 게임 제작‧배급업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일 전망이나, PC방과 아케이드 게임장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업소들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했다.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 게임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5위로 한 계단 하락했지만, 점유율(2018년 6.3% → 2019년 6.2%)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국가별 수출은 중화권(40.6%)이 2019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9.7%포인트 늘었다. 동남아(11.2%), 일본(10.3%), 대만(9.8%), 북미(9.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PC게임, 모바일게임에 이어 한국 콘솔게임의 입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게임 타이틀을 구입하거나 다운로드 하지 않아도 인터넷 접속만으로 고품질 게임이 가능한 '클라우드 게임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백서에서는 "e스포츠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이용의 중심축이 트위치, 유튜브 게이밍과 같은 게임 동영상 전문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하는 게임'을 넘어 '보는 게임' 문화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면·온라인 콘텐츠 이용 관습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손꼽히는 웹툰은 일본(30.3%), 중국(홍콩 포함, 23.9%), 북미(13.7%) 순으로 수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자국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국 작품 수입이 점차 줄어드는 중국 상황과 라인웹툰, 레진코믹스, 태피툰 등 플랫폼을 통한 북미 수출 증가세가 반영된 결과다. 웹툰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지식재산(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콘텐츠 IP)로 확장되는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류백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kofice.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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