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알아차린 세계, 한류 계속될 것"
미국의 대표적인 뉴미디어인 복스미디어(Vox Media)가 최근 K팝이 팝 음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K팝을 위시한 '한류'의 성공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K팝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한 뒤 BTS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명실공히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가 됐다. 2019년에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가 미국의 대형 음악축제 '코첼라' 무대에 올랐다. 보이그룹 NCT는 '더 보이스' '서바이버' 등을 제작한 MGM 월드와이드 텔레비전과 함께 글로벌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NCT 할리우드'를 제작할 예정이다.
복스미디어는 이처럼 K팝이 팝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K팝을 포함한 '한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복스미디어는 한류에 대해 한국 정부가 1990년대 후반부터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추세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정의했으며, 당시 한류가 한국의 경제적·지정학적·문화적 역할과 커다란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K팝은 한국전쟁 이후 주둔하던 미군을 위해 한국 밴드들이 서구적 팝 음악을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전쟁이 끝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부독재로 한국의 문화산업은 검열받고 위축됐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삼성과 대우, SK 등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등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문화산업은 현대화됐다.
1994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쥬라기공원 1년 흥행수입이 국산 자동차 15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내용의 보고를 올리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문화산업은 한국의 수출 경제를 이끌 잠재적 캐시카우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화, 게임, 음악 등에 대해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면서 문화산업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류'가 처음 등장한다.
이렇게 시작된 '한류'는 2018년 시장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관광객 10명 중 1명은 'BTS 때문에 한국을 찾았다'고 답할 정도로 한류는 한국이 경제·군사적 통로가 아닌 문화적인 흡입력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프트파워'의 근간으로 발돋움했다.
한류는 이제 사회정치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공연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임금격차를 풍자했고, 봉준호 감독은 경제적 불평등을 소재로 다룬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오스카상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아시아인 증오범죄에 대해서 K팝 아티스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K팝의 팬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세력이 되기도 했다. 2020년 6월 K팝 팬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의 티켓 수십만장을 구매한 뒤 참석하지 않는 '노쇼'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특정 문화권의 문화를 제 것인 양 표현하는 '문화 유용'(cultural appropriation)에 대한 담론을 이어나가고 있다.
복스미디어는 "점점 더 많은 해외 팬들이 K팝과 한국 문화의 존재를 알아차리면서 한류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며 "한국 문화산업의 뿌리를 이해하는 게 K팝 장르의 흡입력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결론내렸다.
해당 보도는 지난 2일 미국 만화작가 샘 나카히라가 복스미디어에 투고해 그래픽노블 형태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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