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발길따라] 탄소제로섬...제주 '비양도'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5-06 11:28:54
  • -
  • +
  • 인쇄
자동차도 없고 심지어 경운기도 없다
▲탄소제로섬 제주 '비양도' 전경

도시는 시끄럽다. 자동차 경적소리. 공사장 소음. 농성장의 마이크 잡음. 모두가 공해다. 소리공해만 있는 게 아니다. 공사장에서는 흙먼지가 날린다. 자동차 배기통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숨 쉬기가 힘들다. 코를 막아야 한다. 눈을 가려야 한다. 어디 한 곳 편히 쉴 곳이 없다. 탈출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공해 없는 장소로. 고민이 된다. 그런 장소가 있을까. 있다. 그곳이 어딜까. 제주 비양도다.

▲ 여객선에서 보이는 비양도. 한림항에서 여객선으로 15분이면 도착한다.

비양도는 가기에 편하다. 한림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도착한다. 비양도의 첫 인상은 어떨까. 공기가 맑다. 먼지구경을 할 수가 없다. 조용하다. 소음이 없다. 사람구경도 하기 어렵다. 비항포구에 내리면 고양이가 반긴다. 자기들의 영역이라고 활개를 친다. 관광객만 없다면 무인도 같은 느낌이다.

비양도의 특징이 있다. 자동차가 없다. 경운기 구경도 못한다. 손수레로 짐을 옮긴다. 지게로 물건을 나른다. 바쁘면 자전거를 타야한다. 당연히 소음공해와 매연이 없다. 공기가 맑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청정지역이다. 주민들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다. 불편을 감수한다. 왜일까. 탄소제로섬을 지키기 위해서다.


▲ 비양도의 해안산책로는 사색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비양도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다. 때 묻지 않은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볼거리도 많다. 해안산책로는 비양도의 자랑이다. 2.5km의 포장도로를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해변의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조심할 게 있다. 바람이 거세면 바닷물이 장난을 친다. 연인의 사랑을 시샘하며 물세례를 선사한다. 그마저도 즐거울 수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비양오름 입구에 설치된 나무계단(좌)과 비양등대로 오르는 꽃길

해안산책로 걷기가 밋밋하면 발길을 옮겨라. 산책로 중간쯤 비양오름에 올라보라. 20분 정도 발품을 팔아라. 탐방로가 잘 꾸며져 있다. 초입에는 계단이 길을 안내한다. 오름 중턱에 대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죽도(竹道)라고도 불린다. 구세주 같은 휴식처를 제공한다. 흐른 땀을 식히라고. 가쁜 숨을 멈췄다 가라고. 해발 114m의 비양오름. 약간의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라. 올라보면 느낄 것이다. 잘 올라 왔다고.

▲정상에 우뚝 선 비양등대


정상에 우뚝 선 비양등대. 흰색의 우아함을 뽐내고 있다. 우아한 자태로 수많은 배들의 안전운항을 책임지고 있다. 차귀도 등대와 함께 제주의 명소다. 비양등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바다. 주변의 바다가 온몸을 휘 감는다. 가슴이 확 트인다. 환상이다. 해변에서 보는 바다와 또다른 절경이다.

천혜의 섬 비양도에 아픔이 닥쳐왔다.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이 비양도를 덮쳤다. 지난 4월까지 제주에는 괭생이모자반 9600t이 유입됐다. 지난해 전체 유입량 5185t과 비교해 1.8배나 많은 양이다. 비양도는 올 3월까지 20t을 수거했다. 괭생이모자반은 비양도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썩으며 어마어마한 파리 서식지가 되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던 파리의 공습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는 괭생이모자반 유입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비양도 주민도 탄소제로 섬을 지키려고 힘을 모으고 있다.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 수거에 발 벗고 나섰다. 탄소제로 섬 비양도의 모습이 온전히 지켜지길 간절히 바란다.



   글/ 김병윤 작가
   춘천MBC 아나운서
   주간야구 기자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기자
   SBS 스포츠국 기자
   저서 <늬들이 서울을 알아>
          <늬들이 군산을 알아>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KCC·HD현대, 수용성 선박도료 기술 공동개발

KCC가 HD현대 조선4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와 손잡고 수용성 선박용 도료 기술을 공동개발했다고 6일 밝

기후/환경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동남아 '끈적' 중앙아시아 '건조'…亞 지역별 폭염 양상 다르다

최근 10년간 아시아 대륙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

"혼합금융·전환금융...점점 다변화되는 녹색금융 시장"

국제 전문가들이 "녹색국가를 이루려면 녹색금융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투자의 목적, 방향, 결과 및 영향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이것이 실무로

"범위로 할꺼면 목표는 왜 설정?"...정부 성토장된 '2035 NDC' 공청회

11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기 위한 6일 열린 마지막 공청회에서 감축률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NDC를

EU,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2년마다 목표 재평가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EU 27개국 환경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0시간 넘게 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