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국내 대기업 큰 타격받을 것"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1 20: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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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66% "삼성·현대 등 기후위기 대응 미흡"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탄소 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상품이 수출될 때 적용되는 무역관세다. EU는 지난 2018년 12월 '유럽 그린딜'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EU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줄인다"며 "늦어도 2023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이번 6월 탄소국경세에 대한 공식제안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유럽과 미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무역정책과 연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기업들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에서 총 100명(국가별 20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정책에 대한 국내외 경제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기업의 대응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한국이 탄소국경세의 충격을 줄이려면 조속히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실제 '각국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어느 정도 이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한국에서 40%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는 90%,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80%, 독일에서는 75%로 한국보다 2배 수준으로 높았다. 특히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을 예로 제시하며 한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서는 66%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프랑스에서 30%, 미국, 영국, 독일에서 각 25%를 기록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답변인 10%에 비해 두세배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서울사무소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2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내 탄소세 도입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등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해외는 기업이 먼저 나서 탄소 감축을 요청하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구글, 월마트, 맥도날드 등 300개가 넘는 미국 기업들은 기후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일본에서도 소니, 파나소닉, 닛산,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메이저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일본 기후 이니셔티브(JCI)'가 2030년 일본 에너지기본계획 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40∼50%로 높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설정한 22~24%의 감축 목표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는 주요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무역정책 연계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EU가 기후위기 대응과 무역정책을 얼마나 연계시킬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29%가 '적극적으로', 44%는 '어느 정도' 연계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무역과 기후위기가 연계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대응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이 무역 경쟁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묻는 말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87%로 가장 많았고, 그린수소 등 탄소 저감 신기술 개발이 71%, 탄소세 도입이 68%, 내연기관차 퇴출 및 전기차 육성이 61% 순이었으며, CCS와 같은 탄소포집장치 등 탄소흡수기술개발은 52%였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기업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현재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100% 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 캠페인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정 캠페이너는 "상당수의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경제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경제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를 통해 탈탄소 경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권 주자들이 한국경제의 미래와 생존을 걱정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전세계 탈탄소 경제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뚜렷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갤럽은 국내 경제연구기관의 전문가 데이터베이스와 다보스포럼 등 유명 국제경제포럼 참석자 등을 중심으로 경제일반과 무역, 금융전문가, 주요 언론사 기자 등을 선정해 전화설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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