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쿠팡'...등돌리는 '소비자' 위협하는 '경쟁사'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1 17: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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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에 김범석 사임 논란으로 '회원탈퇴' 등 '내우'
네이버-CJ '배송강화' 신세계 '이베이 인수' 등 '외환'
▲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회원탈퇴와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재 이후 쿠팡이 보여준 미흡한 대처와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 등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과거 직원들의 사망, 미국 증시 상장 직후 김 전 의장의 주식매각 등도 다시 부각되면서 불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소홀한 기업의 제품은 외면하는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불매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거래액 1위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함께 쿠팡의 강점인 배송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신세계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성을 높이며 역시 위협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내우외환으로 쿠팡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 가장 큰 위험에 직면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소비자들은 왜 쿠팡에 실망했나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지 나흘째인 21일,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을 탈퇴했다는 인증, 쿠팡 탈퇴 방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일에는 트위터에 '쿠팡 탈퇴'라는 문구가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재 자체가 아닌 이후 쿠팡이 보여준 모습에서 실망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화재와 관련해 첫 사과를 32시간이 지난 18일 오후에야 내놨다. 게다가 쿠팡을 대표하는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던 김 전 의장의 사과는 한마디도 없는 상태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화재가 발생한지 5시간 정도 지났을 즈음에 쿠팡이 배포한 자료다. 여기에는 화재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의장이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내용만 실려 있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은 김 전 의장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국내 직책을 내려놓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쿠팡은 김 전 의장의 사임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17일이라며 이번 사고와 사임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굳이 보유 물류센터 중 규모가 큰 곳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시점에 김 전 의장이 사임한다는 자료를 배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김 전 의장의 사임 역시 이번 화재뿐만 아니라 과거 노동자 사망 사고 등에 대한 이슈에서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자 같은 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또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서 한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미국 증시 상장 직후에는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해 주가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쿠팡의 근로여건은 외신 등에서도 리스크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할 때 일부 외신들은 노동자 사망 등을 이슈로 다루며 쿠팡의 노동환경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화재에 대해 쿠팡 노조는 "화재위험에 대해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지만 대책이 마련된 적은 없다"며 "평소 오작동이 많은 화재경고방송, 스프링쿨러 지연 작동 등 이번 사고에서 회사측의 안전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안들이 부각되면서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이 퍼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는 기업 제품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가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쿠팡 빈틈 노리는 네이버·신세계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 등을 통해 쿠팡을 위협하고 있다. 이커머스 거래액 1위인 네이버와 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반쿠팡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우선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경기도 군포에 상온 풀필먼트센터를 열었다. 8월에는 용인에 저온 센터도 오픈할 계획이다. 풀필먼트센터는 기존 배송 과정을 간소화해 주문 마감 시간을 자정까지 늘려준다. 다시 말해 익일 배송, 새벽 배송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네이버는 이를 활용해 쿠팡의 최대 강점인 '로켓 배송'과 '로켓 프레시'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향후 CJ대한통운의 곤지암센터를 활용해 신선식품까지 익일배송 서비스를 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신세계는 최근 온라인 유통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4조~5조원대로 예상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기존 'SSG닷컴'과 이베이의 'G마켓' '옥션' 등을 합치면 규모만으로는 쿠팡과 비슷해진다.

여기에 네이버와 신세계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무렵 지분교환을 통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두 회사의 강점을 살려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협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두 회사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했다. 다만 일각에 따르면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을 굳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인수에서는 발을 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가 배송인데 그동안 이 부분에서 쿠팡은 독보적이었고, 이를 토대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다른 경쟁사들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배송에 대한 경쟁력 차이는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최근처럼 ESG 경영이 필수인 상황에서 쿠팡은 잦은 인명사고 그리고 이번 화재로 불거진 리스크로 인해 당분간 크게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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