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재원 적시 조달해 성장 가속페달"
올해 4월까지 '배터리' 관련 기술 침해로 2년여동안 LG와 법정다툼을 벌이던 SK가 LG에 이어 '배터리 사업부 독립'이라는 같은 행보를 걷는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사업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막대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독립'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의했다고 4일 밝혔다. 물적 분할로 오는 9월16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10월1일자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배터리 역시 지난해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후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와 LG가 이처럼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것은 '성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아울러 화학이라는 그늘 밑에서 하나의 사업부가 아닌 별개의 기업으로 분리시켜 더 커질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3517억달러 규모로 향후 10년간 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2020년 304억달러에서 2030년 3047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SK와 LG는 이같은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 그리고 본인들의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배터리 단독 법인으로도 살아남는 것은 물론, 향후 10년 이상 그룹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이 아직 손익분기점을 못 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9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문제될 것 없다는 평가다. 흑자전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수주 잔고가 현재 1테라와트시(TWh) 이상으로 이를 금액 환산시 130조원 상당이다.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3위 규모다. 배터리 매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두 배 수준인 최소 3조원 이상, 2025년에는 15조~20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발표 후 추가 협력의 기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부지 선정, 추가 협력 등 세부 사업 계획을 포드와 지속 논의 중"이라며 "합작사 상업가동 시기는 2025년이 목표"라고 밝혔다. 포드가 2030년까지 연 240GWh의 배터리 공급이 필요하다 밝힌 만큼 현재 논의 중인 60GWh 외 180GWh에 대해 추가 협력 기회도 존재한다.
이런 자신감과 함께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도 분할의 원인이 됐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은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조달 방안을 실행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적기를 놓치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이다. 점유율 1위인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 그리고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최근 투자와 비용절감 등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CATL은 최근 기존 '리튬' 기반 제품보다 저렴한 '나트륨' 기반 배터리를 공개했고, 파나소닉도 '반값 배터리'로 승부수를 걸었다. 세계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LG화학으로부터 분할한 후 증시 상장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SK 역시 뒤쳐지기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빠르게 보일 수도 있는 현 시점에서 분할을 결정, 투자재원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SK배터리도 LG에너지솔루션처럼 분할 후 상장을 통해 재원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사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 중 하나는 향후 투자 재원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