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탈 내연기관차량 선언에 대해 "국제사회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뒷북 대책"이라며 보다 강도높은 방안을 요구했다.
그린피스는 8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의 선언에 대해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뒷북 대책"이라며 "우선 203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현대차가 유럽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규제 통과 턱걸이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시각으로 6일 독일 국제모터쇼에서 2035년 유럽, 이어 2040년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가 이런 발표를 한 것은 지난 7월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2040년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지난해 말 발표에 한국만 끼워 넣었을 뿐 사실상 기존의 대책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에 2030년,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 일제히 탈내연기관을 실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2050년을 탄소중립 목표 연도로 선언하면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시점을 2035년 또는 그 이전으로 설정했다. 자동차 수명을 15년 정도로 볼 때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해야 2050년 이후 내연기관차 퇴출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지난해 2035년 내연기관 판매 중지를 제안한 바 있다. 일본 역시 2035년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시점으로 논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60%가 전기차로 채워져야 하고, 2035년에는 100%가 전기차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즉,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과 관련해 2035년은 마지노선 개념이며, 2030년 이전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내놓은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은 2050 탄소중립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시기를 적어도 203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탈내연기관차의 시장 역시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머지 시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국가에서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 경영진이 기후위기의 심각성, 시급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미완의 탈내연기관 선언을 국제사회에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홍보하기 어렵다"며 "그린피스가 처음 현대차 캠페인을 시작한 2019년에 비해 탈내연기관 논의가 다소 진전된 것은 의미있으나 현대차 판매 차량의 97%가 여전히 내연기관차로, 그린워싱격 선언이 아닌 2030년 이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등을 명확히 밝히는 기후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이날 오전 7시경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서 현대차의 비전을 비판하는 풍선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강 옆에서 초대형 달팽이 풍선을 약 20m 상공에 띄운 것이다. 가로 10m 세로 6.5m 크기의 달팽이는 현대차 로고를 짊어지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형상이었다. 달팽이 풍선에 매달린 커다란 현수막에는 '불타는 세계, 수소에 빠진 느림보 현대', 영문으로는 'Too slow to save the climate, No gasoline No gray hydrogen'(이렇게 느려서는 기후를 구할 수 없다. 내연기관차와 그레이 수소 중단하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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