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독려보다 본인들 수익이 우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핵심 가치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평가가 부실해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다른 것은 물론, 평가 기관이 관련 기준이나 평가 내용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의 ESG 평가 지수가 국내외 평가 기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롯데쇼핑의 경우 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는 A등급을 받았지만 글로벌 기관인 레피니티브는 100점 만점에 49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도 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A를 받았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로부터는 B를 받는데 그쳤다. LG전자는 반대로 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는 B+인데 MSCI 결가는 A였다.
기업들이 ESG 평가에 대해 민감한 것은 최근 자금을 유치할 때 이 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은 ESG 지수를 투자 지표 중 중요한 요인으로 책정하고 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버는 기업일지라도 ESG를 무시할 경우 자금 조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해당 기업이 ESG에 소홀할 경우 투자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많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닝소비'(의미있는 소비)가 '미닝투자'로 확대되는 케이스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은 ESG평가 지수를 높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기관들이 평가 기준이나 해당 회사가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혼란은 더 커진다. 뭘 잘했는지, 뭘 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개선점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ESG 담당자는 “판단 기준이 기관마다 다 다른 것 같다"며 "게다가 구체적인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뭔지도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ESG경영을 평가하는 한 기관의 평가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사실 평가 기준이나 내용을 기업에 알려줘야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안다"며 "하지만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그것을 가지고 수익을 얻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의 말은 ESG 평가 기관들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ESG는 기업이나 평가기관들의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업이 속해 있는 모든 부분들과 상생하지 않으면 기업도 살기 힘들다는 의미가 기본이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진정한 ESG경영을 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반면 그런 기업들을 평가한다는 기관들이 오히려 본인들의 수익만 챙긴다는 지적이 크다.
실제로 기업 관계자나 투자자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해당 기업의 ESG 경영 평가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A 기업에 대해 "당신들은 이런저런 점이 부족하고, 이런 것은 잘하고 있다"고 알려줘야 해당 기업이 더 나은 ESG 경영을 할 수 있는데, 평가 기관들은 이를 가지고 장사만 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ESG 경영 평가 지표로 주로 활용하는 MSCI는 물론 다우존스(DJSI) 지속가능경영지수,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레피니티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언론이나 경제 단체 등 외부에 평가 모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외비라는 이유에서다. 지표의 세부 기준을 알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기업에 한해 일정 비용을 내야 한다. 일부 기관은 해당 기관이 돈을 내야 기준이나 평가 현황을 보여주는 곳도 있다. ESG평가를 본인들의 돈벌이로 삼은 것이다.
국내에서 ESG를 가장 잘 한다는 대기업의 담당 인원은 "그들의 평가가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걸 신경쓰면 진짜 ESG를 하기 힘들다"며 "우리는 그들의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 등을 신경쓰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진짜 ESG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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