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MZ세대, 미래기술 위한 세대교체"
재계가 확 젊어졌다. 과거에도 인사시즌의 화두는 '세대교체'였지만 올연말 인사에서는 40대 임원들이 전면에 대거 배치되면서 진정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그룹들의 임원 세대교체는 ESG경영의 부각, MZ세대, 4차산업으로의 급격한 이동 등 달라진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17일 현대차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203명의 신규임원을 선임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눈에 띄는 점은 신규임원 3명 중 1명이 40대라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인 추교웅 부사장이 1974년생이다. 미래 핵심사업 분야인 전자·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반을 주도해 왔더는 그는 앞으로 커넥티드카 대응을 위한 신규 플랫폼 및 통합제어기 개발 등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사업부장·모셔널CSO 장웅준 전무 역시 40대다. 1979년생인 장 전무는 신규 선임된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자율주행 및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분야의 리더다. 자율주행 분야의 고도화를 위해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임원인사를 단행한 삼성과 SK, LG 등의 중요 그룹들도 모두 40대 임원들이 요직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30대 임원도 4명이나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를 각각 8명, 4명 배출했다. 가장 젊은 나이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올해 45세(1976년생)인 김찬우 세트부문 삼성리서치 스피치 프로세싱 랩(Lab)장이다. 이전까지 가장 나이가 적었던 부사장은 51세였는데 김 부사장은 이보다 6살이나 어리다.
이밖에 고봉준(49) 세트부문 VD사업부 서비스 소프트웨어 Lab장, 박찬우(48) 세트부문 생활가전사업부 사물인터넷(IoT) 비즈(Biz)그룹장, 이영수(49) 세트부문 글로벌기술센터 자동화기술팀장, 홍유진(49) 세트부문 무선사업부 UX팀장, 손영수(47)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부사장, 신승철(48)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영업팀 부사장, 박찬익(49) DS부문 미주총괄도 40대 부사장이다.
소재민(38) 세트부문 VD사업부 선행개발그룹 상무, 심우철(39) SET부문 삼성리서치 시큐리티(Security) 1Lab장, 김경륜(38)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상무, 박성범(37) DS부문 S.LSI사업부 SOC설계팀 상무 등은 30대 임원이다.
LG그룹도 신규 임원 132명 중 40대가 82명으로 3분의 2 수준이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말 41%에서 올해말 52%로 절반을 넘었다. 최연소 임원은 올해 41세인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다.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했다.
SK그룹 역시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이 만 48.5세다. SK하이닉스에서 이번에 승진한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은 1975년생 46세로, SK그룹 역대 3번째 40대 사장이 됐다. 이밖에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 등 역시 40대 임원 승진이 늘었다.
이는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최근 몇년 새 주요 그룹들의 총수가 재계 3~4세로 세대교체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선대 총수의 곁에서 그룹을 일구던 올드맨들이 물러나고 젊은 임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총수 진영이 꾸려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사업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대교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세대 반도체,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미래기술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젊은 임원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것이다.
또 가치 및 주관적인 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이 소비 주도권을 잡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면서 이에 맞춰 국내 재계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세대교체라고 하면 단순히 신성장동력 찾기 정도를 위한 수준이었다면 올해에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ESG경영, MZ세대, 기후위기, 미래 기술 선도 등이 올해 재계 인사 세대교체의 핵심 키워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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