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산운용사인 알리안츠GI는 내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지 않는 영국과 유럽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를 늘리는 안건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사보수한도는 사내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등에게 지급할 보수의 상한액을 말한다. 이사보수한도는 이사의 중도 사임을 대비한 퇴직금 예상액 등이 포함된 전체 한도이기 때문에 실제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수액은 이보다 적다. 이사보수한도는 주총에서 결정된다.
알리안츠GI는 경영성과보다 보수한도가 과다하게 책정됐거나 전년의 이사보수 실지급액이 과다하게 지급된 기업에 대해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는데 이 평가지표에 ESG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ESG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수를 제한하겠다는 의미이므로, 사실상 압박이다. 알리안츠GI의 자산운용 규모는 6730억유로(약 908조3000억원)이므로, 이사보수한도 반대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알리안츠GI는 지난해 기업들의 주총에서 경영계획과 관련된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이 21%였다. 또 이사보수한도 반대 권고율은 47%에 달했다.
앞서 기관투자자를 위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ESG와 이사보수를 연동시키지 못한 기업의 이사보수한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밝혔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의하면 UK FTSE 100개 기업들의 60%는 ESG와 이사보수를 연동시키고 있다. UK FTSE 100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 중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종합주가지수다.
주주행동주의자들도 기업들이 ESG 목표를 이사보수한도와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투자회사 세비안 캐피탈(Cevian Capital)은 만약 기업이 ESG 요소를 이사보수와 연동시키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 이사들의 재선임이나 이사보수한도 반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주로 대주주여서 기업이 그들이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다.
투자기관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ESG경영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를 등한시하는 기업들에게 이사보수 한도를 옥죄어 ESG경영을 촉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알리안츠GI의 지속가능 및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수장인 매트 크리스텐슨(Matt Christensen)은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올바른 곳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우리의 투자대상 회사가 이사보수를 ESG 핵심성과지표와 연계시키도록 장려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이사보수한도에는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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