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성장인자' 담배에 이식해 재배 후 추출
담배로 배양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이스라엘 키르야트시모나에 위치한 스타트업 바이오베터(Biobetter)가 담배식물을 이용해 배양육에 필요한 성장인자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원가를 낮추고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고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과학기술 동향을 전하는 미국 온라인매체 '이스라엘21c'(ISRAEL21c)가 보도했다.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동물세포를 인공배양해 생산한 고기다. 이는 축산업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그리고 동물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식물성 대체육과 함께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동물세포로 만든 배양육은 기존 육류와 비교해 맛과 식감은 비슷하지만 생산비용이 워낙 비싸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식물성 대체육 시장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배양육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세포를 형성하는 아미노산과 각종 영양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포가 분열·증식되도록 하는 '성장인자'(growth factor)다. 일례로 성장인자인 인슐린과 트랜스페린은 가축에서 직접 추출하거나 효모균과 박테리아를 발효시켜 정제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용은 너무 비싸고 생산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 배양육과 식물성 대체육을 홍보하는 굿푸드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의 추산에 따르면 배양육의 채산성을 높여 상용화하려면 인슐린과 트랜스페린 비용을 100분의1로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베터는 담배식물을 통해 성장인자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배양육 제품 생산원가의 55~95%를 차지하는 성장인자 제조비용을 1g당 200만달러(약 24억원)에서 1g당 1달러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베터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단백질 생산에 최적화된 DNA를 담배식물에 이식하고, 해당 담배식물을 복제해 대규모로 재배한 뒤 고순도의 성장인자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비용을 대폭 절감할 계획이다.
특히 담배는 생장 속도가 빨라 1년에 4번 수확이 가능하고, 대규모 재배가 용이해 앞서 굿푸드인스티튜트가 제시한 목표치의 4배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바이오베터는 예상했다. 게다가 바이오베터는 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담배가 자라나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기후위기를 맞아 막 떠오르는 배양육 산업뿐 아니라 기울어가는 담배 산업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바이오베터의 최고경영자(CEO) 아미트 야아리(Amit Yaari)는 "흡연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담배농가들은 본인들의 재배작물이 쓸모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담배는 미래 먹거리의 핵심 요소로 커다란 잠재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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