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오리 개체수 70% 급감...해양오염 방치실태에 경종
유엔이 '해양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각국 정부에 해양 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책을 긴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유엔해양회의 개막 연설에서 "안타깝게도, 우리는 바다의 소중함을 잊고 내가 '해양 위기'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사태에 직면했다"며 "이런 사태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유엔회원국들이 해양자원 착취 및 공해 오염방지를 위한 글로벌 해양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각국 영토에 속하지 않는 공해는 전체 해수면의 64%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고작 1.2%만이 보호받고 있다.
20개국 국가수반과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일부 국가의 '이기주의' 때문에 해양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조약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지대에 있는 나라들과 해양도시들이 물에 잠길 위험에 직면했고, 오염이 심해지면서 광활한 해안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으며, 남획으로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과 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 온실가스 집중도가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처럼 해양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각종 해양 생물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0년간 상어와 가오리 개체수가 70% 넘게 줄었다.
각국이 배출하는 폐수의 80%는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까닭에 매년 최소 8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게다가 해양오염은 불평등을 조장한다. 전세계적으로 35억명 이상이 바다에 의존해 식량을 수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억2000만명은 직접적인 어업 및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고, 대부분 해양오염에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에 속해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해양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식량 생산량을 6배 늘리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40배 늘릴 수 있다"며 "과학적인 정보와 해양과 관련된 기술로 해양생태계의 복원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전세계 해저면의 80%를 매핑할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포르투갈 출신인 구테흐스 총장은 "지금 당장 조처하지 않을 경우 2050년이 되면 모든 바다 어류가 플라스틱에 짓눌리게 될 것이다. 건강한 바다 없이 건강한 지구가 있을 수 없다"며 이날 연설에서 자국의 유명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의 시를 원어로 인용했다.
"신은 지구상의 모든 것이 하나가 되기를, 바다까지도 분리되지 않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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