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필수아이템으로 휴대하는 손선풍기가 세계보건기구(WHO) 안전기준보다 최대 322배 높은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목에 걸고 다니는 목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WHO 기준보다 47배 높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달 대형마트나 서점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목선풍기 4개와 손선풍기 6개를 구매해 전자파를 측정했더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시민센터는 "드라이기와 유선 선풍기 등 일반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건전지 등을 넣어서 사용하는 손선풍기와 목선풍기 등도 모터에서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목선풍기는 날개쪽과 모터쪽에 총 6회에 걸쳐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평균 전자파가 188.77밀리가우스(mG)로 나타났다. 최소값은 3.38mG 최대값은 421.20mG였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제시한 전자파 노출 '안전기준'은 4mG다. 목선풍기에서 측정된 전자파는 이같은 안전기준보다 약 47배 높은 수치다.
손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이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손선풍기 6대에 대한 전자파를 측정했더니 평균 464.44mG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최소값은 29.54mG, 최대값은 1289mG이었다. 이는 안전기준보다 무려 322배 높은 수준이다. 안전기준인 4mG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손선풍기는 사용거리를 조절할 수 있지만 목선풍기는 목에 걸고 있기 때문에 신체와 일정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목선풍기가 손선풍기보다 전자파 노출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손선풍기도 전자파 위험성에서 벗어나려면 25cm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지난 2018년에도 손선풍기의 전자파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판되는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 발생량은 인체보호 기준에 만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도 목선풍기 10개 제품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인체보호 기준의 0.4∼13% 수준에 그쳤다는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정부가 인체보호기준으로 삼는 국제비이온화방호선위원회(ICNIRP) 기준인 883mG가 장기적으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반영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883mG 이하에서 암 발병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국회가 WHO의 발암가능물질 지정 배경연구값 기준인 4mG를 국민건강 안전기준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선풍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과기정부통부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구매한 모델과 똑같은 제품을 대상으로 오는 29일까지 전자파 측정실험을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손, 목선풍기 전자파 측정에 사용된 제품에 대해 국내외 표준절차에 따라 전자파 세기를 측정할 것"이라며 "결과를 빨리 공개해 국민들에게 생활제품 전자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측정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IEC 62233)과 동일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정기준과 방법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다. 결과는 오는 8월 1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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