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폭탄…추가 비 예보 '피해 확대' 우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전날 쏟아진 폭우로 입은 침수 피해를 복구하느라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가 바닥은 아직도 물이 흥건했다. 입구쪽에 위치한 과일 상가는 젖은 박스와 과일들을 모조리 옮기고 있었다.
지난 8일 시간당 100㎜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은마상가가 물에 잠겼다. 상인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을 퍼내기 위해 새벽 3시까지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상가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이천희 대표(51)는 "기계와 가구들이 모두 젖어서 버려야 한다"며 "피해가 온전히 복구되려면 1주일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은마상가 침수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0년째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중인 최금래(63)씨는 "20년 전에도 폭우로 상가에 물이 어깨까지 차오른 적이 있었다"며 "혹시나 그때 상황이 또 올까 무서워 집에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몇년이 지났는데도 침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폭우는 상가 인근 도로도 삼켰다. 대치사거리를 걷다보니 곳곳에 방치된 차량이 수두룩했다. 간밤에 도로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운전자들이 차량을 두고 가버린 것이었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9일 오전 현재 차량들은 곳곳에 방치된 차들을 피해 간신히 도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2시까지 수도권에 접수된 침수 차량 피해건수는 4791건에 달했다.
전날 대치동사거리 학원을 갔던 이승준(17) 학생은 "학원 끝나고 나오는 길에 인근 도로가 모두 침수돼 있었다"며 "지하철 입구도 봉쇄돼 허리까지 차오는 물을 헤치고 집을 가야했다"고 설명했다.
도로보다 지대가 높은 인근 상가들도 폭우 피해를 입었다. 폭우 당시 대치상가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는 아르바이트생 박성지씨(24)는 "8일 오후 9시 즈음에는 계단 밑까지 물이 찼는데 한시간이 지나자 상가 안까지 물이 밀려들어왔다"고 말했다.
도로가 허리까지 잠긴 탓인지, 9일에도 1층 상가들은 정전 상태가 이어졌다. 상인들은 언제 복구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상점에 들렀다가 침수된 상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않았다.
침수 피해는 비단 대치동뿐 아니라 강남, 서초, 논현 등 지대가 낮은 강남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신고된 주택 침수피해는 무려 650여건이다. 피해는 주로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총 840명이다. 하지만 오는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비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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