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꿀벌 집단실종사건…양봉학회 "기후변화가 원인"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21 11:34:09
  • -
  • +
  • 인쇄
지난해 10월 이상고온·이상저온이 타격
전문가들 "올겨울도 피해발생 가능성 커"
▲겨울을 대비해 활동이 줄어든 꿀벌들

올초 10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들이 집단실종과 폐사한 원인이 극단적인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학계에서 당시 꿀벌 집단폐사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양봉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린 '꿀벌의 월동 폐사와 실종에 대한 기온 변동성 영향' 논문에 따르면, 지난 겨울 발생한 꿀벌 집단폐사와 대량실종에 영향을 준 기상현상은 '10월 급격한 기온변화' '11~12월 이상고온' '올 1~2월 이상고온과 한파'로 분석됐다.

올 4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올초 집단실종되거나 폐사된 꿀벌의 개체수는 78억마리로, 39만개의 봉군이 텅텅 비었다. 이는 국내 꿀벌 개체수의 16%에 이른다.

연구진은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 영암군의 날씨를 분석해 꿀벌의 폐사원인을 추적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지난해 10월 날씨 변동이다. 지난해 10월은 월초 이상고온이 이어지다가 16일 낮과 17일 아침 사이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이상저온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10일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평균기온이 13.5도 이상이었고, 일최고기온이 22.5~27.0도 이상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최고기온이 31.5~36.0도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이 지난 17일 일최저기온은 4.5~9.0도로 떨어졌다. 이날 일최고기온은 13.5~18.0도로 기온이 급하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일평균기온 최고치와 최저치 차이는 16.2도였고, 일평균기온간 표준편차는 5.1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50여년만에 가장 컸다.

꿀벌폐사 피해를 입은 영암군도 지난해 10월 15일 일평균기온이 20도 정도였다가 17일에 8도로 떨어지면서 "극적인 기온 변화가 꿀벌 생태와 생리에 큰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월동기를 앞두고 태어난 '겨울벌'은 봉군 내에 여왕벌을 중심으로 뭉쳐서 날개짓으로 열을 내 겨울을 난다. 그런데 10월 낮기온이 떨어지면서 꿀벌의 먹이활동과 여왕벌의 산란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12월초까지 영암군 평균기온이 12도 이상인 날이 사흘 이상 이어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논문은 "낮 기온이 사흘 이상 12도 이상이면 봉군에서 산란이 시작돼 겨울벌 수명이 단축된다"라며 "겨울벌은 여름벌과 달리 수명이 150일 정도로 길며 육아를 하지 않는데 고온현상으로 육아를 시작하면 체내 호르몬 구성과 생리가 달라져 수명이 40여일로 줄어든다"라고 밝혔다.

올 1월과 2월에 발생한 이상고온과 한파로 꿀벌이 일찍 먹이활동을 시작하면서 봉군을 떠났다가 일교차와 생리 변화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앞서 뉴스트리는 지난 1월 꿀벌 집단실종 현상이 논문과 같은 이유인 기후변화로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겨울 꿀벌 피해는 극복된 것으로 파악된다"라면서도 "올겨울에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농촌진흥청, 전문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우려했다.

꿀벌은 꽃꿀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이 이뤄지도록 돕는 화분매개체다. 특히 과수원, 시설농업 등에서는 수분 시기에 봉군을 구매하거나 대여받아 농업에 이용하는데 꿀벌이 사라지면 생산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경북 성주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박모 씨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꿀벌(봉군) 가격이 지난해는 15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0만원까지 올랐다"며 "뒤영벌(수정용 호박벌)을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데 꿀벌에 비해 짧은 기간밖에 쓸 수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올랐다고 내년에 안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두나무 인수한 네이버...AI와 블록체인 앞세워 '글로벌 금융' 노린다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가 네이버 품에 안기면서 20조원 규모의 금융플랫폼이 탄생했다. 26일 네이버와 두나무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

'비상경영' 롯데 인적쇄신...부회장 전원 용퇴에 CEO 20명 '물갈이'

롯데그룹이 부회장단 전원 교체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롯데그룹은 2026년 임원인사에서 9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 석화공장 합친다...울산과 여수도 통폐합 속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이 합쳐진다.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첫번째 구조조정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우리銀, 사회적경제기업 10곳 선정…최대 2000만원 지원

우리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임팩트 챌린지' 공모를 시작했다.우리은행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2025년 우

위생행주·인조잔디까지...CJ제일제당, PHA 적용제품 확대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CJ제일제당은 PHA를 적용한 '빨아쓰는 생분해 위생행주', '생분

기후/환경

+

플라스틱 문제 일으키는 '조화'...인천가족공원서 반입 금지될듯

인천가족공원에 플라스틱 조화(造花) 반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26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산업경제위원회를 통과한 '인천시

'2.5°C' 상승한 우즈베키스탄…극심한 가뭄에 이미 위기상태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2.5°C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물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

엑손모빌 '화학적 재활용' 놓고 '그린워싱' 공방 격화

플라스틱 화학재활용을 둘러싼 엑손모빌과 환경단체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폐기물

태평양 참치에서 검출된 '수은' 오염경로 추적해봤더니...

참치 등 태평양에서 서식하는 해양어류 몸속에 수은이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 경로가 밝혀졌다.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연구팀과 한국

알프스·안데스·히말라야가 위험하다...기후변화로 곳곳이 '흔들'

험준한 산악지대로 유명한 히말라야를 비롯해 알프스, 안데스산맥이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온과 강수패턴 변화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다. 25일(현지시

폭염에 열받은 젖소들...우유 생산량 줄고 있다

젖소들이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낙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25일(현지시간) 푸드앤와인(Food & Wi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