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올겨울도 피해발생 가능성 커"
올초 10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들이 집단실종과 폐사한 원인이 극단적인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학계에서 당시 꿀벌 집단폐사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양봉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린 '꿀벌의 월동 폐사와 실종에 대한 기온 변동성 영향' 논문에 따르면, 지난 겨울 발생한 꿀벌 집단폐사와 대량실종에 영향을 준 기상현상은 '10월 급격한 기온변화' '11~12월 이상고온' '올 1~2월 이상고온과 한파'로 분석됐다.
올 4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올초 집단실종되거나 폐사된 꿀벌의 개체수는 78억마리로, 39만개의 봉군이 텅텅 비었다. 이는 국내 꿀벌 개체수의 16%에 이른다.
연구진은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 영암군의 날씨를 분석해 꿀벌의 폐사원인을 추적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지난해 10월 날씨 변동이다. 지난해 10월은 월초 이상고온이 이어지다가 16일 낮과 17일 아침 사이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이상저온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10일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평균기온이 13.5도 이상이었고, 일최고기온이 22.5~27.0도 이상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최고기온이 31.5~36.0도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이 지난 17일 일최저기온은 4.5~9.0도로 떨어졌다. 이날 일최고기온은 13.5~18.0도로 기온이 급하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일평균기온 최고치와 최저치 차이는 16.2도였고, 일평균기온간 표준편차는 5.1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50여년만에 가장 컸다.
꿀벌폐사 피해를 입은 영암군도 지난해 10월 15일 일평균기온이 20도 정도였다가 17일에 8도로 떨어지면서 "극적인 기온 변화가 꿀벌 생태와 생리에 큰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월동기를 앞두고 태어난 '겨울벌'은 봉군 내에 여왕벌을 중심으로 뭉쳐서 날개짓으로 열을 내 겨울을 난다. 그런데 10월 낮기온이 떨어지면서 꿀벌의 먹이활동과 여왕벌의 산란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12월초까지 영암군 평균기온이 12도 이상인 날이 사흘 이상 이어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논문은 "낮 기온이 사흘 이상 12도 이상이면 봉군에서 산란이 시작돼 겨울벌 수명이 단축된다"라며 "겨울벌은 여름벌과 달리 수명이 150일 정도로 길며 육아를 하지 않는데 고온현상으로 육아를 시작하면 체내 호르몬 구성과 생리가 달라져 수명이 40여일로 줄어든다"라고 밝혔다.
올 1월과 2월에 발생한 이상고온과 한파로 꿀벌이 일찍 먹이활동을 시작하면서 봉군을 떠났다가 일교차와 생리 변화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앞서 뉴스트리는 지난 1월 꿀벌 집단실종 현상이 논문과 같은 이유인 기후변화로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겨울 꿀벌 피해는 극복된 것으로 파악된다"라면서도 "올겨울에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농촌진흥청, 전문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우려했다.
꿀벌은 꽃꿀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이 이뤄지도록 돕는 화분매개체다. 특히 과수원, 시설농업 등에서는 수분 시기에 봉군을 구매하거나 대여받아 농업에 이용하는데 꿀벌이 사라지면 생산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경북 성주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박모 씨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꿀벌(봉군) 가격이 지난해는 15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0만원까지 올랐다"며 "뒤영벌(수정용 호박벌)을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데 꿀벌에 비해 짧은 기간밖에 쓸 수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올랐다고 내년에 안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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