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싹 다 사라졌어요"...새해도 꿀벌 집단실종 '징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3 08:30:02
  • -
  • +
  • 인쇄
폐사율 지난해 30% 이어 70%까지 전망
응애 방제 교육자재 및 방제약 지원 절실


"작년에 집단폐사 이후 벌통수를 150개까지 회복했는데 11월에 월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꿀벌이 또 싹 사라지는 바람에 현재 남은 벌통수가 10개 불과하다."

3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수십년째 양봉장을 운영하는 이영기 씨의 말이다. 지난해 10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집단폐사했던 악몽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이다. 꿀벌이 사라졌거나 기생충 응애 피해로 벌통이 텅 비고 있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월동이 끝나야 최종적인 피해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꿀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영기 씨는 "작년에는 벌통을 20개라도 남겼지만,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도 남지 않았다"며 "이대로 가면 꿀벌은 다 죽을 것이고, 결국 양봉산업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양봉협회 인제군지부에서 지난해 11월 등록된 양봉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만3000여개 벌통 가운데 58%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회는 지난 12월 기준 3000여곳에서 전체 사육봉군 수의 60%에 달하는 20만군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충남도지회에 따르면 1500여곳 가운데 57%에 달하는 13만1000여개 봉군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 11월 월동 전 피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50% 전후의 소실 피해가 집계됐다. 강진군은 유밀기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된다면 봉군 붕괴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2년 강진군은 꿀 생산량 급감과 자재값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는 농가들이 최소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생지원금 11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강진군은 이번 월동 피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살아남아 있는 벌통마저 꿀벌 개체수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꿀벌 전체 봉군 수 270만여개 가운데 적게는 50%, 많게는 60~70% 이상의 피해가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피해규모가 30% 내외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박종규 한국양봉벌침교육중앙회 회장은 "각지의 양봉 전문가들로부터 피해현황을 전달받고 있는데, 강원도 삼척의 경우 꿀벌이 싹 다 사라져 아예 집계도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월동벌 집단폐사에 대한 원인으로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꿀벌 기생충인 응애 관리를 중점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적기 방제에 미흡했거나, 지난 폐사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로 과다하게 방제약을 사용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짚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만에 2곳 응모...기초지자체 합의가 '변수'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에 민간 2곳이 응모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는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대체 매립지

英 개도국 폐플라스틱 수출 84% '껑충'...재활용 산업 '뒷걸음'

영국 정부가 매년 6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방치하면서 자국 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규모를 쪼그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불의 고리' 이틀만에 또...필리핀 규모 7 강진에 쓰나미 경보까지

'불의 고리'에서 연속적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대만 화롄 지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10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

발암물질 PVC로 포장금지 5년...생고기 포장 여전히 랩으로 '둘둘'

사용이 금지된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을 포장재로 이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이 지

지난해 국내은행 탄소배출량 1.52억톤...목표치 '미달'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온실가스 감축규모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8일 한국은

[주말날씨] 가을 장마인가?...주말내내 '비소식'

추석 연휴 내내 오락가락 하던 비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지겠다.비는 수도권과 강원 그리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10일부터 토요일인 11일까지 이어지겠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