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방제 교육자재 및 방제약 지원 절실
"작년에 집단폐사 이후 벌통수를 150개까지 회복했는데 11월에 월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꿀벌이 또 싹 사라지는 바람에 현재 남은 벌통수가 10개 불과하다."
3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수십년째 양봉장을 운영하는 이영기 씨의 말이다. 지난해 10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집단폐사했던 악몽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이다. 꿀벌이 사라졌거나 기생충 응애 피해로 벌통이 텅 비고 있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월동이 끝나야 최종적인 피해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꿀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영기 씨는 "작년에는 벌통을 20개라도 남겼지만,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도 남지 않았다"며 "이대로 가면 꿀벌은 다 죽을 것이고, 결국 양봉산업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양봉협회 인제군지부에서 지난해 11월 등록된 양봉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만3000여개 벌통 가운데 58%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회는 지난 12월 기준 3000여곳에서 전체 사육봉군 수의 60%에 달하는 20만군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충남도지회에 따르면 1500여곳 가운데 57%에 달하는 13만1000여개 봉군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 11월 월동 전 피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50% 전후의 소실 피해가 집계됐다. 강진군은 유밀기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된다면 봉군 붕괴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2년 강진군은 꿀 생산량 급감과 자재값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는 농가들이 최소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생지원금 11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강진군은 이번 월동 피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살아남아 있는 벌통마저 꿀벌 개체수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꿀벌 전체 봉군 수 270만여개 가운데 적게는 50%, 많게는 60~70% 이상의 피해가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피해규모가 30% 내외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박종규 한국양봉벌침교육중앙회 회장은 "각지의 양봉 전문가들로부터 피해현황을 전달받고 있는데, 강원도 삼척의 경우 꿀벌이 싹 다 사라져 아예 집계도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월동벌 집단폐사에 대한 원인으로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꿀벌 기생충인 응애 관리를 중점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적기 방제에 미흡했거나, 지난 폐사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로 과다하게 방제약을 사용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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