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중 광물입자만 2600만톤…산업화 후 55% 증가
대기중 먼지 입자가 햇빛을 가리면서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UCLA 재스퍼 콕(Jasper Kok) 박사 연구진은 사막발 황사, 화석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분진, 인공 오염물질 등 대기중에 떠있는 각종 먼지가 햇빛을 반사하면서 온실효과의 8%가량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기중 먼지는 황사와 같은 '광물입자'나 꽃가루·미생물과 같은 '생물입자', 사업장·자동차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입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대기중 '광물입자'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위성과 지상 측정을 통해 대기중 광물입자의 양을 정량화했다. 측정결과 전세계적으로 2600만톤가량의 광물입자가 공기중에 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프리카 코끼리 500만마리의 몸무게와 맞먹는 수치다.
연구진이 빙하 중심부, 해양 퇴적물, 하늘에서 떨어진 먼지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아 생겨난 이탄습지 등 지질학적 기록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대기중 광물입자는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막에서 발생한 황사만 놓고 본다면 1850년대 산업화 이전 대비 55% 증가했다.
먼지는 건조한 토양, 높은 풍속, 토지 이용 변화의 결과로 증가할 수 있다. 대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사헬 사막, 아시아의 고비 사막과 같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의 경계에서 농지, 방목지, 관개시설 등으로 토지의 용도가 변경된 탓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공기중에 흩뿌려진 먼지가 늘면서 먼지 입자들이 지구가 쬐고 있던 햇빛을 우주 밖으로 튕겨냈고, 이같은 냉각효과 덕에 산업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중인 지구온난화로 오른 기온은 8%가량 억제된 수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를 태워 만들어진 거뭇한 '탄소입자' 먼지들이 눈과 얼음에 떨어질 경우 색을 어둡게 만들어 더 많은 열을 흡수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온실효과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탄소입자들도 대기중에 있을 때 햇빛을 차단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냉각에 기여한다고 반박했다. 또 먼지들은 철과 인 등을 함유하기 때문에 바다에 떨어지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순 냉각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먼지의 증가 추세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화 이후 대기중 먼지 농도는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재까지 오는 과정에서도 상승과 감소를 반복했다. 앞으로도 인간이나 자연에 의한 변수가 너무 많아 정확히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실제 진행된 지구온난화의 정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최악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로 먼지와 온실가스가 함께 늘어난 상황에서 친환경 전환으로 먼지가 걷히게 되면 그대로 남아 있던 온실가스가 줄어든 냉각효과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한번에 부추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 저자인 콕 박사는 "앞으로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먼지 때문에 이같은 현실에 너무 늦게 눈뜨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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