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개발 붐 우려…환경단체 거센 반발
환경부가 국책연구기관 5곳의 반대 의사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 판정을 내렸다. 4년전 사업을 불허할 때보다 환경훼손 정도가 심해진 사업계획이어서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제출한 '입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입지 부적정을 이유로 부동의한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한 것에 따라 이번 협의 의견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1980년대부터 추진된 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사실상 최종 관문을 넘었다. 남은 절차는 '5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다.
다만 환경부가 전문기관과 결론을 달리해 사업 허가 결정을 한 것이어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KEI·국립생태원·국립환경과학원·국립공원관리공단·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들은 일제히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멸종위기 생물 보호대책이 미흡하고, 강풍·돌풍에 대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KEI는 최종의견서에 "해당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인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한 최우선 보전지역"이라며 "사업자측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녹색연합 박은정 자연생태팀장은 이날 "설악산이 무너지면 다른 곳까지 무너진다"며 "다음 달 3일이 국립공원의 날인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파괴부'다. 한화진 장관 본인도 역사에 이름을 두고두고 남기는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활동가는 "국립공원을 무너뜨렸으니 전국적인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라며 "인간이 개입하면 언제나 환경은 파괴됐다. 지역경제 관점에서도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우선 보전지역에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됨에 따라 각지에서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국립공원이 개발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력 후보지'는 과거 설악산과 함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도전했다가 탈락하는 등 오랜 케이블카 추진 이력을 지닌 지리산이다. 광주 무등산국립공원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대전 보문산, 대구 팔공산(갓바위), 경북 문경시 주흘산 등도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산들이다.
앞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부지를 다도해국립공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과 맞물려 정부가 국립공원 보전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예정 터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대 0.675㎢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흑산도는 한반도에서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저급스럽고, 폭력적"이라며 환경부가 본연의 책무를 져버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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