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이 초파리의 번식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오존 수치가 오르면 수컷 초파리의 페로몬이 감소해 초파리 번식이 더 어려워진다는 연구결과가 14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학술지에 발표됐다.
암컷 초파리는 페로몬을 통해 짝을 선택하는데, 오존이 곤충 페로몬을 구성하는 탄소결합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컷 초파리 특유의 페로몬 방출량이 감소해 암컷이 수컷을 인식하기 힘들게 만든다.
연구진이 수컷 초파리 9종의 절반을 주변 공기에 노출시키고 나머지 절반을 대기 중 오존 수치가 100ppb인 환경에 노출시킨 결과 더 높은 오존 농도에 노출된 수컷들의 페로몬 방출량이 줄어들었다. 평균 산업 지역 오존 농도는 약 40ppb지만 인도, 중국 또는 멕시코와 같은 지역은 210ppb에 이른다.
더 높은 오존 농도에 노출된 수컷 집단은 암컷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수컷끼리 짝짓기를 시도하는 횟수가 증가했다. 페로몬은 암수를 구분시켜 수컷 간 번식 시도를 방지하는 역할도 하는데 페로몬이 감소하면서 이러한 구분이 힘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오존에 노출된 수컷은 구애에 성공하는 데 훨씬 더 오랜시간이 걸렸다"며 "시간싸움이 중요한 야생에서는 이러한 지체가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초파리는 포식자에게 죽기전 가능한 한 빨리 번식해야 하는데 구애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번식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초파리를 비롯한 다른 곤충의 번식에 위협을 가해 개체수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의 수석저자 마르쿠스 크나덴(Markus Knaden) 독일 막스플랑크협회(Max Planck Institute) 진화신경생태학 연구원은 오존과 같은 성질을 지닌 오염물질이 다양해 자연계에 미치는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았다. 그는 "곤충 감소의 원인에 있어 살충제 사용 및 서식지 파괴와 더불어 대기오염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크리스토프 빌터(Jean-Christophe Billeter)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교수는 "아주 흔한 오염물질이 곤충 번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방, 개미, 꿀벌 같은 수분매개자를 포함해 고유의 페로몬을 이용하는 다른 여러 곤충도 초파리와 같은 일을 겪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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