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다만 독일의 요구를 반영해 합성연료(E-Fuel) 사용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허용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EU 주재 각국 대사들은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만 신규등록이 가능하게 해 내연기관차를 퇴출하되, 합성연료 사용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EU 의장국을 맡은 스웨덴 대변인이 밝혔다. 소위 탄소중립연료를 사용한다면 내연기관차도 2035년 이후 신규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28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법안 초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폴란드가 이 법안에 반대하고 불가리아는 기권하고 있지만 이날 EU 국가 대다수가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의 관련 문건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이 이 합의안을 승인하면 집행위는 탄소무배출 차량을 신규등록 대상 차량으로 분류하고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관련 규정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 없이도 의결이 가능한 방식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다만 유럽법원에서 개입하거나 유럽의회나 이사회에서 저항이 심한 경우 법안이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EU 집행위는 다른 법제화 경로를 밟을 것이다.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승합차 등 소형화물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금지 법안에 합의했다.
통상 EU의 새 법안이 시행되려면 3자 협상 타결 이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가 각각 최종 승인 절차를 거치는데, 막판에 3자 연합의 일원인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제동을 걸었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장관은 지난 한 달 가까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으면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에 합의할 수 없다고 버틴 끝에 합의를 얻어냈다.
독일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도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생에너지와 공기에서 채집한 탄소, 수소, 또는 바이오연료나 바이오매스로 생산한 합성연료는 탄소중립연료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합성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다시 분리배출되고 합성연료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도 보통 전기자동차의 5∼6배 소모돼 비용도 매우 높다. 이를 두고 비영리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은 합성연료가 "대부분의 운전자들에게 너무 비싼 가짜 기후솔루션"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로서는 합성연료 내연기관차는 부유층을 위한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합성연료는 전력으로 운행이 불가능한 선박이나 항공기, 화학산업에서 주로 활용된다.
한편 이탈리아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도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시 예외로 인정받고자 했지만 의결을 늦추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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