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질환자 급증하지만 치료도 못받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역대급 이상기후가 닥치면서 방글라데시 등 저지대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생업을 위해 하루종일 더러운 염수에 들어가 일하고, 염분 섞인 물을 식수로 마시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사트히라(Satkhira)시에서 군의관으로 일하는 파티마 이드리스 에바(Fatima Idris Eva)는 "지난 2년동안 생식기 질환 및 성병 환자가 급증했다"면서 "특히 생리불순, 자궁 염증 및 분비물 등을 호소하는 여성환자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근 2년 사이에 방글라데시 해안지역은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역대급 사이클론과 엄청난 홍수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바닷물이 주변의 강과 개울 그리고 토양에 역류하면서 온통 염분이 가득해졌다.
여성건강 인권단체 이파스(Ipas)의 수석연구과학자 샐리 다이커먼(Sally Dijkerman)도 "저지대 국가들의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허리 깊이의 더러운 염수에서 하루종일 일해야 한다"며 "이는 생식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쳐 감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지역의 주민들은 깨끗한 담수를 구할 수가 없다"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금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염분에 오염된 더러운 물을 계속해서 마시면 여성질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파티마 이드리스 에바는 "해안가 마을에 있는 물은 지나치게 짜다"며 "과도한 염수 섭취는 자궁에 무리를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수 천명의 여성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방글라데시 해안마을에서 어업을 하는 아스마 아크터(Asma Akhter)는 "최근 몇 년 동안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력한 사이클론과 대홍수가 닥치면서 바닷물이 주변의 강과 개울 그리고 땅으로 침투했다"면서 "이는 나의 몸과 생계를 박살냈다"고 말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나트륨 섭취량이 급증하면 혈압이 높아진다"면서 "특히 더러운 염수가 몸에 닿으면 피부병, 콜레라 및 각종 성병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해수가 섞인 더러운 물 속에서 일하고 심지어 이런 물을 마시면서 여성의 건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해수면은 더 상승될 전망이어서 이 지역 여성들의 건강도 더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방글라데시의 약 17%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1880년 이후 세계 평균 해수면은 20.3cm 이상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여성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난해서 병원에 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성병에 걸린 여성이 터부시되기 때문이다.
맹그로브숲 근처에 거주하는 리피 카놈(Lipi Khanom)은 "구호단체 지원으로 염증이 심각한 자궁을 절제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포기했다"면서 "만약 내가 자궁을 절제한다면 남편이 나와 이혼하고 나와 내 아이는 길바닥을 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놈은 "남편과 시댁은 둘째 임신을 요구한다"며 "심지어 폭력마저 휘두른다"고 했다.
이 지역 여성아동과 청소년들은 노동전선에 내몰리거나 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빈곤이 더욱 심화돼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일터로 가거나 '입을 줄이기' 위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이다.
12세의 나이에 결혼해 한 아이의 엄마인 사킬라 악타르(Sakila Akhta)는 "이 소금물은 내 학교, 삶을 앗아갔다"며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타르는 "나는 질염과 생리불순에 시달린다"며 "의사는 깨끗한 담수에서 목욕하기를 권했지만 근처에는 소금물뿐이다"고 했다.
이파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기후취약 국가의 성불평등을 악화시켰고 방글라데시와 모잠비크 등에서 여성의 건강, 안전한 임신과 출산, 피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로 의료서비스 등의 접근성이 막힐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여성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아크터는 "소금물이 우리와 우리의 꿈을 죽이고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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