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부와 고용 노력필요
지구온난화가 이주노동자 및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9일~10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직업적 열피로에 관한 국제회의(ILO:International Conference on Occupational Heat Stress)에 앞서 공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온도상승은 여러 지역의 근로자에게 열관련 질병과 부상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특히 아랍이나 아프리카 등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은 위험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열피로에 노출된다면 신체에 영구적인 피해가 오는 '열 변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진들은 극심한 더위와 태양 복사열은 열사병, 신장, 심장, 폐 질환을 유발하고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말한다.
루바 자라닷(Ruba Jaradat) ILO 아랍국가 지역국장은 "이상고온은 환경에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너무 더워서 일할 수 없거나 느린 속도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전세계 총 노동시간의 2%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자라닷 국장은 "전세계 근로자의 더위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고용주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최국인 카타르는 자국의 근로시간 일시 중지제도를 소개하며, 모든 나라들이 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2021년부터 카타르는 하계기간인 6월 1일~9월 15일까지 오전 10시~오후 3시30분 사이에 야외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알리 빈 사미크 알 마리(Ali bin Samikh al-Marri) 카타르 노동부 장관은 이를 소개하며 "카타르는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종합적인 계획을 채택하는 등 직업적 열 손상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것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은 카타르 월드컵 준비기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노동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50℃를 오르내리는 극한 기후에도 쉬지 못하고 하루 12시간씩 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더운 날에 쉴수 있는 것은 자국 정규직 노동자만이 누리는 '사치'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노동법조차 없는 나라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노동보건단체 라 이슬라 네트워크(La Isla Network) 저스틴 글레이저(Justin Glaser) 대표는 "10년동안 중앙아메리카의 노동자 2만여명이 열 손실로 인한 만성 신장질환으로 사망했다"며 "같은기간 스리랑카에서도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2만500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첸나이시에 위치한 스리 라마찬드라 연구소(Sri Ramachandra Institute)의 비디야 베누고팔(Vidhya Venugopal) 산업보건학 교수는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인도 소금농부들이 신장질환과 기타 질병에 시달린다"며 "여름철에는 그들 중 80%가량이 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베누고팔 교수는 "인도 북부의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인도와 다른 가난한 국가들은 국제표준이 시행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노동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면 노동생산성이 더욱 증가한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대표는 "중앙아메리카 설탕 회사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물을 제공한 결과 그들이 기존에는 하루에 4.75톤에 사탕수수를 잘랐지만 이제는 4시간에 6.2톤을 자른다"고 말했다.
ILO는 회의에서 "모든 근로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 시민단체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직업적 열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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