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불' 사실상 손놨다...유럽·남미까지 퍼지는 연기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5 18:43:18
  • -
  • +
  • 인쇄
▲올들어 3000건 넘는 산불이 발생한 캐나다. 소방당국은 산불의 절반가량에 대해 사실상 진화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캐나다 전역에 치솟은 사상 최악의 산불이 2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경제 및 환경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소방당국에서도 손을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올들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3000건이 넘고, 피해면적은 880만헥타르(㏊·8만8000㎢)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면적(10만㎢)의 5분의4에 이르는 규모다. 캐나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1989년의 피해규모를 훌쩍 뛰어넘었고, 지난 10년 평균의 피해보다 21배나 높다.

특히 이번 산불은 평소에도 여름철 산불이 잦은 서부지역뿐 아니라 퀘벡주, 노바스코샤주 등 동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앨버타주를 시작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온타리오주 등 거의 모든 주에서 산불이 발생했으며 산불 이재민수는 10만 명이 넘어섰다.

이렇다보니 산불 연기에 따른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산불 연기는 캐나다 중서부와 동부 해안을 뒤덮었으며 미국 중서부도 그 여파를 뒤집어썼다. 워싱턴DC와 펜실베이니아, 뉴욕 등 미 동부지역은 캐나다 산불 연기의 영향권에 들어 17개 이상의 주에서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고, 1억명 이상의 인구가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기준 전세계 주요 도시 중 대기질이 나쁜 상위 5개 도시 가운데 3곳이 미국 중서부의 시카고,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로 꼽았다. 워싱턴DC도 8위에 들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위성영상 자료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북미 지역을 넘어 멕시코·칠레 등 중남미와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까지 덮쳤다.

문제는 진화작업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좀체로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 산불 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인접국가인 미국 외에도 우리나라와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소방대원들도 투입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3일 해외긴급구호대(KDRT) 151명을 캐나다 현지에 파견했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의하면 캐나다 소방당국은 522건의 산불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2건의 진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소방당국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한 탓에 인력과 자원을 모두 투입할 수 없으며, 일부 산불은 지형상 소방요원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어 인력 보호를 위해 진화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번 산불은 캐나다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컨설팅업체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산불 사태로 올 3분기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0.6%포인트 깎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캐나다의 주요 산업인 목재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산불 때문에 위험지역의 작업이 중단됐고, 벌채 예정지역의 목재가 훼손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광범위한 산불로 산림이 훼손됐기 때문에 향후 각 지역정부에서 벌채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높다.

산불로 인해 원유·가스 채굴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몬트니, 뒤베르네 등 산불 발생지역에 유전을 둔 캐나다 에너지기업들은 원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시설을 일시 폐쇄했다.

산불이 휴가철인 여름까지 이어지면서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캐나다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밴쿠버섬 리조트지역 토피노의 호텔 예약률은 85%에서 현재 20%대로 급락했다. 산불이 직접 발생한 지역은 아니지만, 이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까지 운행이 제한되면서 접근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산불에 따른 피해액은 아직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캐나다기후연구소(CCI)가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발생할 경제적 피해는 2025년 250억캐나다달러, 우리돈 약 24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불이 발생한 요인은 올해 캐나다 날씨가 특히 덥고 건조해진 데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일어난 산불이 다시금 폭염과 가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캐나다는 산림 면적이 3억4700만㏊에 달하는 세계 3위의 산림국이다. 캐나다의 산림이 파괴되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캐나다 산불은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해 향후에도 계속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