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시위 방식이 대중의 인식과 달리 시위 목적을 이루는데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유럽권을 중심으로 환경단체들의 과격시위가 잇따르고 있고, 그 규모와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은 지난 12주동안 거의 매일 런던에서 느린 행진 시위를 벌였으며 유명 행사를 목표로 삼아 난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중과 언론, 정치인들이 일제히 이러한 과격시위를 비판, 비난하는 추세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기후운동에 있어 "비폭력·파괴적 전술의 전략적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 싱크탱크 '사회변화연구소'(Social Change Lab)가 주관한 설문조사 결과, 참여학자 10명 중 거의 7명이 과격한 시위 전술을 "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각각의 시위가 대중과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다.
설문 응답자 중 한 명인 이탈리아 트렌토대학의 사회학부교수 루이자 파크스(Louisa Parks)는 "과격한 기후시위는 단기적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광범위한 문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응답자인 바트 카마츠(Bart Cammaerts) 런던 경제대학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우리가 좋든 싫든 사회변화의 역사는 정치적 경쟁과 분열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일상생활의 혼란은 종종 언론의 관심을 받고, 대의명분에 대한 가시성을 창출하며, 무엇보다도 정치·재계 엘리트들이 타협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촉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시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과 상반되는 결과다. 지난 2월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인의 78%가 과격시위는 운동가들의 대의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임스 외즈덴(James Özden) 사회변화연구소 소장은 "사회운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전략적 혼란이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술적 요소라고 믿는다"며 "이는 사회변화를 이해하는 우리의 직관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위를 향한 대중의 첫 반응을 효과적 시위의 지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격시위가 모든 사안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응답자의 약 70%가 기후운동과 같이 대중의 인식과 지지가 높은 운동은 과격한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지만, 백신 반대와 같이 인식은 높지만 지지가 낮은 문제에 관해 과격한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회운동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외부 사건에 대응해 신속하게 동원하고 확장하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운동의 성공을 위협하는 내부요인은 '내부갈등 또는 운동 내 분쟁'과 '명확한 정치적 목적 부재'였다.
조사 결과에 대해 저스트 스톱 오일 대변인 제임스 스키트(James Skeet)은 "시민저항에 있어 필요한 정치적 압력을 일으키는 대화를 촉발하려면 대중의 혼란이 필요하다"며 "이런 종류의 전술은 사람들에게 불편하지만, 슬프게도 이것이 사회변화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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