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잎이나 맥주박, 귤껍데기 등 그동안 버려졌던 농업부산물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 파인애플 농장에서 매년 6000톤(t)이나 배출되는 파인애플 잎은 농가에서도 골칫거리다. 섬유가 질기고 영양분이 떨어져 비료나 퇴비로 사용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땅에 묻어버리거나 태워버리고 있다.
그런데 이 파인애플 잎이 생분해성 합성수지 원료가 되고 있다. 라이프클린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폐기되는 파인애플 잎을 활용하고 있다.
장용호 라이프클린 대표는 "파인애플 잎을 생물학적 가수분해 기술로 섬유 형태로 만들어 면 등과 혼합하면 의류 소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수지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탄소도 감축할 수 있고, 폐처리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서 농가의 부가수입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파인애플 주요 생산지인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농장과 계약을 맺고 폐기되는 파인애플 잎을 수입해 생분해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식물의 껍질도 대체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위한 친환경 소재가 되고 있다. 친환경 소재개발업체인 나누(NANU)는 폐기되고 있는 감귤껍질과 왕겨, 대나무, 사탕수수 등의 농업부산물로 천연소재 제품을 개발했다. 식물유래 자원에서 추출한 원료와 펄프를 혼합하면 기존의 목재 펄프보다 내구성과 내수성이 더 우수하다는 게 나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만든 식품용기는 물이나 국물요리를 담아도 끄덕없을 정도로 내수성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나누는 버리지는 농업부산물을 수거해 펄프 몰드 용액에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추출한다. 펄프몰드는 물에 종이와 천연소재를 융해한 뒤 다양한 형태의 금형을 활용해 진공흡입 성형한 후 건조해 만드는 성형 기술이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식품용기를 비롯해 계란판, 화분, 완충재, 반려동물 용품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맥주찌꺼기(맥주박)로 생분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한 곳도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천연물질인 셀룰로오스를 나노미터 단위로 처리한 친환경 소재로, 보통 첨가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만 한해 버려지는 맥주박이 약 4600만t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려면 280억원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맥주박은 영양성분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에 비료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섬유질만 남은 맥주박을 친환경 소재로 활용하면 환경부담금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맥주박에 의한 환경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맥주박 나노셀룰로오스를 제지에 첨가하면 물성이 강화된다. 굳이 제지를 두껍게 만들지 않아도 인장강도와 내절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원랩은 인장강도가 동일하지만 두께는 10% 얇고 내절도는 3.3배 높인 제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내절도란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해서 끊어질 때까지의 횟수로, 종이의 강도를 의미한다. 나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플라스틱에 첨가시키면 인장강도가 70% 높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오비맥주 카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활용하고 있는 데이원랩 관계자는 "폐기되던 맥주박을 활용하면 1t당 2.62t의 탄소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바이오플라스틱의 약점이던 물성도 보충해줄 수 있어 100% 천연자원 플라스틱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오염률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