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에서 곡물껍질까지...대체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는 농업부산물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4 09:00:03
  • -
  • +
  • 인쇄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친환경 섬유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newstree 

파인애플 잎이나 맥주박, 귤껍데기 등 그동안 버려졌던 농업부산물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 파인애플 농장에서 매년 6000톤(t)이나 배출되는 파인애플 잎은 농가에서도 골칫거리다. 섬유가 질기고 영양분이 떨어져 비료나 퇴비로 사용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땅에 묻어버리거나 태워버리고 있다. 

그런데 이 파인애플 잎이 생분해성 합성수지 원료가 되고 있다. 라이프클린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폐기되는 파인애플 잎을 활용하고 있다.

장용호 라이프클린 대표는 "파인애플 잎을 생물학적 가수분해 기술로 섬유 형태로 만들어 면 등과 혼합하면 의류 소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수지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탄소도 감축할 수 있고, 폐처리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서 농가의 부가수입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파인애플 주요 생산지인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농장과 계약을 맺고 폐기되는 파인애플 잎을 수입해 생분해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식물의 껍질도 대체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위한 친환경 소재가 되고 있다. 친환경 소재개발업체인 나누(NANU)는 폐기되고 있는 감귤껍질과 왕겨, 대나무, 사탕수수 등의 농업부산물로 천연소재 제품을 개발했다. 식물유래 자원에서 추출한 원료와 펄프를 혼합하면 기존의 목재 펄프보다 내구성과 내수성이 더 우수하다는 게 나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만든 식품용기는 물이나 국물요리를 담아도 끄덕없을 정도로 내수성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나누는 버리지는 농업부산물을 수거해 펄프 몰드 용액에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추출한다. 펄프몰드는 물에 종이와 천연소재를 융해한 뒤 다양한 형태의 금형을 활용해 진공흡입 성형한 후 건조해 만드는 성형 기술이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식품용기를 비롯해 계란판, 화분, 완충재, 반려동물 용품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감귤껍질, 사탕수수, 왕겨 등 농업부산물과 목재를 혼합해서 만든 친환경 용기들 ⓒnewstree

맥주찌꺼기(맥주박)로 생분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한 곳도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천연물질인 셀룰로오스를 나노미터 단위로 처리한 친환경 소재로, 보통 첨가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만 한해 버려지는 맥주박이 약 4600만t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려면 280억원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맥주박은 영양성분이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에 비료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섬유질만 남은 맥주박을 친환경 소재로 활용하면 환경부담금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맥주박에 의한 환경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맥주박 나노셀룰로오스를 제지에 첨가하면 물성이 강화된다. 굳이 제지를 두껍게 만들지 않아도 인장강도와 내절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원랩은 인장강도가 동일하지만 두께는 10% 얇고 내절도는 3.3배 높인 제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내절도란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해서 끊어질 때까지의 횟수로, 종이의 강도를 의미한다. 나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플라스틱에 첨가시키면 인장강도가 70% 높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오비맥주 카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활용하고 있는 데이원랩 관계자는 "폐기되던 맥주박을 활용하면 1t당 2.62t의 탄소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바이오플라스틱의 약점이던 물성도 보충해줄 수 있어 100% 천연자원 플라스틱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오염률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국민연금, ESG 책임투자 강화…'감사위원 3%룰' 반영

국민연금이 국내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ESG 책임투자를 한층 강화한다.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기후/환경

+

[COP30] 합의문 '막판 진통'…화석연료·기후재원 '평행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이 화석연료 전환과 기후재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문 최종안이 막판

"하수구 좀 그만 막아"…英 물티슈 '판매금지' 결정

영국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제작된 '물티슈'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영국 의회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물티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고 지난

[COP30] 화재로 수천명 긴급 대피...합의문 협상도 지연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천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20일(현지

[주말날씨] '단풍 나들이' 마지막 기회...다음주부터 춥다

이번 주말은 맑고 비교적 온화해 초겨울 나들이 나가기 좋은 날씨겠다.22~23일 한반도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지 않겠다. 또 한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