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상회담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차기 개최국이 또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으로 정해졌다.
11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내년 11월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COP27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된데 이어, 올해 COP28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다. 그런데 차기 회의 개최국도 아제르바이잔으로 결정되면서 3년 연속 산유국이 기후총회 의장을 맡게 됐다. 이에 기후변화 주범인 화석연료 생산국에 기후총회 의장직이 잇달아 맡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이 차기 총회 개최국이 된 데에는 동유럽권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동유럽이 다음 COP 의장국을 맡을 차례였지만 개최지가 확정되려면 당사국들의 만장일치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연합(EU)과 대척하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서로의 유치를 저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자국의 입찰을 포기하고 아제르바이잔으로 세를 몰아주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개최국이 아제르바이잔으로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차기 개최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제르바이잔은 인권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세계 자유지수(Freedom Index)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정치적 권리 및 시민 자유 점수가 100점 만점에 고작 9점이다.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에 소속된 산유국으로, GDP의 약 절반 및 수출입 92.5% 이상을 석유·가스에 의존할 정도로 화석연료 산업 비중이 높다. 그러다보니 기후총회가 산유국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열리는 COP28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도 국영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회장(CEO)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Sultan Ahmed Al Jaber)를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기후활동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석유기업 회장에게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의제를 이끌도록 한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맡긴 격'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도 기후정상회담에서 2030년 메탄 30% 감축을 제외하곤 석탄퇴출 등에 대해 최종 합의가 불발돼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두바이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COP28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합의한 뒤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3년 연속 산유국들이 기후총회를 주도하게 되면, 회담이 점점 힘이 빠지면서 전세계 기후대응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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