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제외된 것을 두고 전세계 과학자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COP28 합의문에서는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 연료의 멀어지는 전환'을 명시하자, 과학자들은 "이번 COP28 합의에 많은 허점이 있을 뿐더러 기후 비상사태의 심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마이클 만(Michael Mann) 기후학 교수는 "COP28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며 "당뇨병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의사에게 도넛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마이크 버너스-리(Mike Berners-Lee) 랭커스터대학교(Lancaster University) 교수는 "COP28은 화석연료 업계가 꿈꾸는 결과물이다"며 "진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레나 칸타렐로(Elena Cantarello) 영국 본머스대학(Bournemouth University) 연구원은 "극소수의 국가가 인간과 자연의 미래보다 단기적인 국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크(James Dyke) 엑서터대학교( University of Exeter) 교수는 "COP28은 모호하지 않은 합의문을 발표해야 했다"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는 환영할 만하지만 수많은 허점이 있어 무의미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막달레나 스키퍼(Magdalena Skipper) 네이처(Nature) 편집장은 "과학은 분명하게 화석연료는 사라져야 한다고 한다"며 "각국 지도자들이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류와 지구에 실패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네이처는 사설을 통해 "탈-화석연료 합의의 실패는 단순히 좋은 기회를 놓친 것 이상이다"며 "파리기후협약 핵심 목표인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로 제한하는 것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빨리 거의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합의 문구의 허술함도 지적됐다. 화석연료의 악영향과 감축 필요성은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노력은 각국의 자율로 남겼다는 것이다.
전 영국 최고 과학고문 데이비드 킹(Sir David King) 박사는 "완전한 화석연료 퇴출을 포함한 광범위한 조치에 대한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COP28 합의문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없는 추상적인 계획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학자들은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COP28 합의문에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명시됐지만 해당 기술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화석연료가 단계적으로 퇴출될 때까지 세계는 계속해서 더 위험하고, 더 비싸고, 더 불확실한 곳이 될 것이다"며 "모호한 동사 하나, 공허한 약속 하나하나가 최종 문안에 포함될 때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죽어갈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마틴 시거트(Martin Siegert) 엑서터대학교 부총장은 "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은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한 비비극이다"며 "세계는 COP28의 대응보다 더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와 회담을 부정하는 단체·개인은 기후회담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알 자베르(Al Jaber) COP28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인적이 있다.
리사 쉬퍼(Lisa Schipp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교수는 "COP28 의장의 행보는 기후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명확한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만 교수는 "석유회사 경영진이 향후 기후정상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규칙을 개혁해야 한다"며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국제기후 정책 협상을 위한 유일한 다자간 틀임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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