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국 '퇴출' 없이는 산유국 입장 되풀이 반발
국제사회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탈화석연료 전환'을 담은 최종 합의문을 도출했다. '화석연료'를 처음 명시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합의문에서 빠진 것에 대해 '밋밋하고 허점투성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2주간 마라톤 협상끝에 완성된 합의안이 만장일치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약 200개 당사국이 예정일을 하루 넘겨 타결한 합의문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8가지 방안이 담겨있다.
이번 합의문에서 가장 진통을 겪은 내용은 '화석연료'에 대한 문제였다. 2년전 COP26에선 화석연료 가운데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을 뿐 석유와 가스는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가속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지난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COP가 처음 열린 이래 28년만의 '화석연료'에 대한 국제합의다.
'멀어지는 전환'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온실가스 저감기술이 미비한(unabated)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를 가속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늘 합의는 탈화석연료 시대(post-fossil era)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장관은 "우리는 산유국인 이곳에서, 산유국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이제 석유와 가스에서 탈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합의 도출을 반겼다.
그러나 100여개국의 요청으로 합의문에 넣기로 했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 문구는 결국 빠졌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거세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대한 원천봉쇄 없이 탄소포집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산유국들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합의문에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가스를 '과도기 연료'(transitional fuel)로 명시하고 가스가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는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기후변화 피해국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의 안느 라스무센 협상대표는 "총회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타결 승인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행동에 급진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듯이 (화석연료)비즈니스에 밀려 점진적인 진전만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단계적 퇴출'이 제외된 2차 초안을 보고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했다.
COP28 합의가 도출되자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위기가 본질적으로 화석연료로 인한 위기라는 것을 마침내 인식한 COP28 결정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이는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수준이자 진작에 이뤄졌어야 하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하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있을 조처와 재정 동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