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곡물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카길(Cargill)이 자사 화물선에 대형 돛을 장착해 화석연료 소모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카길은 "강철과 복합유리로 만든 2개의 대형 돛을 장착한 8만톤급 픽시스오션(Pyxis Ocean) 벌크선을 빌려 지난해부터 시험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 모든 화물선에 거대 돛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길에 따르면 대형 돛을 활용했더니 하루평균 3톤의 화석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약 1700달러의 비용절감을 가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카길이 화물선에 대형 돛을 장착해서 연료소모를 줄이겠다고 나설만큼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약 10억톤에 달한다. 선박은 세계 물류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박의 탄소감축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모든 해운업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해양 탄소배출에 대한 부과금을 도입하는 등 선박운송에 대한 탄소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선박을 친환경, 저탄소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길이 시범도입한 대형 돛이 해운업계 탄소저감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다른 선박업체들도 선박용 풍력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카길의 해양운송사업을 총괄하는 얀 디엘레만(Jan Dieleman) 사장은 "친환경 메탄올과 같은 저탄소 해양연료로 운항할 수 있는 선박에 돛을 설치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바람을 활용하는 기술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하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메탄올로 운항할 수 있는 5척의 대형 선박을 주문중이며, 바람을 이용한 추진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든 무역로가 바람이 충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단기간 내에 모든 선종과 모든 연료 유형에 걸쳐 널리 채택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비용절감 극대화를 위해 고가의 연료를 연소하는 대형 선박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디엘레만 사장은 "돛의 장점 중 하나는 신규 조선뿐만 아니라 기존 선박에도 약간의 개조를 통해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향후 돛 선박을 점차 확대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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