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산림청은 올해 '산불조심기간'을 예년보다 8일 앞당겨 24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미국 LA 산불과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예방 차원에서 조심기간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LA 산불이 대형화된 원인으로 해안·산림지역 식물의 과도한 생장과 연평균 강수량의 20분의 1에도 달하지 못한 수준의 가뭄을 꼽았다. 지난 2023년 겨울에 이례적인 폭우로 식물이 무성하게 자랐고, 이후 지난해 5월초부터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 극단적인 가뭄이 이어지면서 무성한 덤불이 바싹 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산불이 발생한 LA 카운티는 지난 수년간 가뭄이 이어지다가, 지난 2023년 겨울철 폭우·폭설이 닥쳤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4년에 다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2024년 5월 이후 LA지역 강수량은 평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수자원연구소도 이번 LA 산불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 매우 습하거나 건조한 상태가 빠르게 교차하는 '기후채찍질' 현상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기후채찍질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 중 수증기 흡수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대기가 빨아들이는 수분량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어느 해는 비가 드물게 내리는 가뭄이 발생했다가 어느 해는 폭우로 내리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전세계에서 기후채찍질 현상이 31~66% 증가했다고 미국 수자원연구소는 밝혔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 2022년 3월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9일동안 이어졌다. LA 산불처럼 당시 산불을 키운 원인이 '겨울 가뭄'과 '강풍'이었다. 강수량은 평년의 15%에 불과해 바싹 말라있는 상태였던 나무들이 화재가 발생하자 불쏘시개로 변하면서 불길을 키웠다. 당시 이 화재로 200평방킬로미터(㎢) 이상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편서풍이 강해지면서 북위 대기의 흐름이 과거와 많이 달라지면서 '기후채찍질'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202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불 피해 면적은 2010년대보다 약 10배 증가했고, 산불 발생일수도 2010년대 142일, 2020년대 169일로 늘어났다. 특히 피해면적이 100헥타르(ha) 이상인 대형 산불은 2017년~2023년에 몰려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오정학 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강풍이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권 주변의 가연물질을 정리하고 숲을 가꿔야 산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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