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타오르며 동해안까지 도달했다. 27일 내릴 것으로 기대했던 비는 아직도 소식이 없고 더딘 진화에 진화율마저 뚝 떨어지며 역대급 피해를 낳고 있다.
27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이번 산불은 봄철에 주로 부는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졌다.
그러다 지난 25일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7m에 이르는 강한 바람 때문에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급속히 확산하면서 진화 중 추락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23명이 숨지고 건물 2572채가 불타는 대재앙이 됐다.
해안가인 영덕의 경우 주택 외에도 어선, 양식장 등이 불타고 한때 전 지역 통신도 두절됐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불에 탔다.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는 주민 등 3만389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가파르게 확산하는 산불에 진화율도 뚝 떨어졌다. 지난 24일 낮 12시 기준으로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5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 진화율은 10%, 영양 진화율은 18%에 각각 그치고 있다. 특히 의성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로 역대 최고치다.
산불영향구역 규모는 3만3204㏊로, 지금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것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2만3794㏊가 피해를 봤다.
산림 당국은 진화 헬기 79대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순간풍속이 초속 15m인 강풍이 불고 낮 최고기온도 21∼22℃인 등 기상여건이 산불을 더 키우고 있다. 경북 북동부권 비 예보가 나왔지만 예상 강수량이 5㎜ 미만이고, 이마저도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당국은 "서쪽에서 유입된 강수대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약해졌다"며 "비가 오더라도 양이 적어 진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비 예보는 오는 4월 초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린 불리한 진화 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남풍·남서풍 영향까지 받는다면 동해안을 따라 원전단지·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 등으로도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 남풍이 불면 안동, 영양으로 산불 확산 가능성이 크고 북풍이 불면 청송, 의성 등에 불이 더 번질 수 있다. 봄철 기상 특성상 동풍이 불 가능성은 낮다.
산불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확산한 원인을 놓고 지형과 기후 조건, 대응 체계, 진화 방식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바람을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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