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돼 있는 차량은 대부분 전기자동차다. 이제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로 굳어진 것같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관세 영향 등 불확실성 여파로 올해 '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예년에 비해 규모는 축소됐지만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 열기는 이전보다 더 뜨거웠다.
7일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이후 지난 6일까지 사흘동안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은 21만6659명에 달했다. 기자가 전시장을 찾은 이날은 월요일인데도 전시된 자동차와 신기술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각 부스마다 북적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친환경 차량들이었다. 기업별로 전기차부터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각양각색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전시해놓고 있어 '친환경 모빌리티쇼'를 방불케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북적인 곳은 현대자동차와 중국의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 부스였다. 두 회사의 부스는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관람객들이 전시차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서 그런지 묘한 신경전이 느껴지기도 했다.
먼저 현대차는 이번 모빌리티쇼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신형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와 전기차 '더 뉴 아이오닉6' 부분변경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사로잡았다.
넥쏘는 전시장 주변에 물로 된 커튼을 내려 무탄소 배출 차량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의 모습을 대부분 구현한 넥쏘는 5분 충전으로 70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자랑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넥쏘에 2개의 인버터를 장착한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90%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를 기반으로 최고 모터 출력 150kW를 달성했다"며 "수소 탱크의 저장량을 증대해 세계 최고의 항속 거리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의 더 뉴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6 N Line도 많은 사람들이 실물을 보러 찾아왔다. 기존 아이오닉6는 다른 전기차 모델에 비해 투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아이오닉6는 훨씬 세련되고 부드러운 디자인이라는 평이다.
현대차 부스 안쪽에는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기반 콘셉트카인 '인스터로이드'가 전시됐다. 캐스퍼의 귀여운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F1 전용 레이싱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가미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기아는 목적 기반 차량(PBV) '더 기아 PV5'의 다양한 버전을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차량의 미래를 직접 보여줬다. 전시된 PV5는 콘셉트에 따라 탑승에 초점을 맞춘 '패신저', 화물 적재 공간을 갖춰 물류 및 도심 배송에 특화된 '카고',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WAV' 등이었다.
특히 LG와의 협업을 통해 모바일 오피스용 '슈필라움 스튜디오'와 차크닉(Car+Picnic)용 '슈필라움 글로우캐빈' PV5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차량 실내공간에서의 이색적인 공간경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에는 주요 브랜드 대표 모델 8종을 모조리 출품했다. 올 1월 국내 출시한 '아토3'을 필두고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세단 '씰', 중형 전기SUV '씨라이언7'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씰은 BYD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로 셀투바디(CTB) 기술이 적용돼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보조금을 제외하고 4750만~5250만원 사이로 책정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현대차의 아이오닉6 트림과 동일 가격대여서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BYD는 완성차 외에도 블레이드 배터리 등 자사 기술력을 엿볼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몄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를 전시해 '네일 침투 시험'을 통과한 유일한 배터리라고 소개했다. 네일 침투 실험이란 배터리 팩이나 모듈에 얇고 날카로운 물체를 침투시켜 배터리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외 BMW·벤츠·미니·포르쉐 등의 완성차 브랜드도 참여했다. BMW는 i4·i7·ix 등의 프리미엄 제품과 M1000XR 등 오토바이를, 벤츠는 A45 S 4matic·E53 하이브리드 4matic+ 등 차를 선보였다. 미니는 레이싱 선수 존 쿠퍼의 이름을 딴 프리미엄 차량 '존 쿠퍼 웍스'를, 포르쉐는 주력 GTS 모델을 전시했다.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시장은 완성차뿐 아니라 자율운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건설기계 등 다양한 기술들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한 HD현대건설기계는 최첨단 모빌리티가 적용된 차세대 스마트 굴착기 등을 선보이며 향후 건설기계 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HD현대는 40톤급 '현대(HYUNDAI)' 굴착기(HX400)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DEVELON)' 24톤급 굴착기(DX240) 2종을 전시해 시선을 확 잡았다.
화려한 완성차들이 가득한 부스들 옆에 거대한 굴착기 2대가 서 있는 모습은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해당 모델에는 기존 건설기계에는 없던 장애물 감지 장치, 굴착기 가동 범위 시뮬레이터, 굴착 가이드라인 등 작업에 안전성을 높여주는 기술이 탑재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작업이 가능하다.
HD현대 관계자는 "건설기계의 완전자율화(스마트화)가 우리 기업의 목표"라며 "이제 첫 걸음을 뗀 것으로 이를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부스에 거대한 eVTOL(전기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전시한 삼보모터스그룹은 UAM 관련 핵심 부품 기술을 선보였다. 전시된 eVTOL 'H-32'는 지상에서 450m 정도의 저고도 공중에서 이동하는 UAM 핵심 기체로 UAM 상용화에 대비한 수요 대응형 항공 택시 시장을 위해 설계됐다.
UAM관련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2030년 전후를 기점으로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이 2040년 1조 달러(약 1120조원), 2050년 9조달러(약 1경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UAM 부품을 포함한 하드웨어 시장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삼보모터스 관계자는 "향후 UAM은 자동차 부품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파워트레인, 엔진 및 연료 시스템 부품 등 내연기관차 기반 부품을 UAM에 적합하게 개선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도 올해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해 핵심사업 분야인 배터리 소재부터 수소 밸류체인까지 다양한 미래 인프라 기술을 선보였다.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전시장 한 편을 모빌리티존으로 꾸리고 이브이시스(EVSIS) 전기차 충전기 사업, 배송로봇, 미래 모빌리티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율주행 화물차부터 배송 로봇 등을 전시했다.
한쪽에는 자율주행차를 전시하고 내부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설치해 탑승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또 킨텍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사이에 실제 자율주행셔틀을 운영해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인프라셀 등 롯데 화학군은 리튬이온 배터리용 4대 핵심소재, 내열성 및 내구성으로 배터리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배터리 하우징 등 모빌리티 소재와 전기차에 적용되는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들과 국내 최대 규모 부생수소 생산능력, 운영 노하우를 담은 수소 밸류체인을 공개했다.
이번 모빌리티쇼에는 월드 프리미어 5종, 아시아 프리미어 2종, 코리아 프리미어 14종 등 총 21종의 차량이 최초로 공개됐다. 또 콘셉트카도 다수 전시돼 여러 기업이 미래 디자인 비전을 내세우기도 했다.
다만 종전에 비해 참가업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테슬라·르노·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빠졌고,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참여하지 않았다. 수소차 업체인 두산퓨어셀도 빠졌다.
이는 전기차 캐즘 심화와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 발표 등 업계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참가업체 한 관계자는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부스 참여를 고민했는데 주최 측에서 설득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예상은 했지만 관세 충격으로 인해 비상경영처럼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모빌리티쇼는 오는 13일까지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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