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병행은 참가자 접근성 높아 장점"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된 마이스(MICE) 업계는 생존을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만 의존하던 행사 방식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한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마이스업계에 또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기술 박람회인 'CES 2021'와 게임 페스티벌인 'G4C'(Games For Change)의 변화다. 두 행사 모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개최 자체도 불투명해지자,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으로 올초 열린 CES는 전세계 산업 트렌드뿐만 아니라 MICE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CES 2021'은 100시간이 넘는 콘퍼런스가 모두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각 기업들의 신제품 발표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매년 여름 뉴욕에서 열리는 G4C(Games For Change) 페스티벌도 지난해 100개가 넘는 세션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콘퍼런스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온라인 접속만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참가자들이 오히려 늘어났다.
G4C 관계자는 "온라인 개최를 결정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과연 현장처럼 경험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주최측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채팅 기능을 통해 참가자끼리 실시간으로 소통하도록 했고 참여기업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51개 국가에서 약 70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성황리에 행사를 종료했다.
온라인 행사의 장점을 경험한 G4C는 "올해 코로나19가 정리가 되더라도 앞으로의 콘퍼런스는 하이브리드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대면 행사처럼 뉴욕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온라인에서도 참가자들이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마이스업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모든 행사가 취소됐지만 점차 온라인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온라인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했던 업체들의 경우는 코로나가 오히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마이스업체 '마이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비대면 온라인 행사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그 결과 3년 전 비대면 행사를 위한 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스템까지 구비했다. 이같은 준비 덕분에 마이원은 코로나19가 터지자 오히려 기회가 찾아왔다. 절망적인 시기를 보낸 다른 업체들과 달리, 마이원은 지난해 무려 372번의 온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250%가 늘어난 수치다.
이영진 마이원 대표는 "모든 행사가 전면 취소됐던 지난해초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꾸준히 비대면 온라인 행사에 대한 수요를 생각해왔고 준비해온 만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주최 측은 변화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고집하려고 하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거절한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가 그 흐름을 바꾸었고 어쩔 수 없이 비대면을 경험했던 주최 측도 오히려 더 만족하게 됐다"고 했다.
축제 컨설팅업체 에버민트 파트너즈 정준하 대표는 '비대면 시대 축제 실행방안 세미나'에서 "온라인 행사는 언젠가는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마이스업계가 손(대면)만 쓰는 권투선수였다면, 이제는 발(비대면)까지 함께 쓰는 이종격투기 선수가 됐다"며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마이스 산업은 계속 혁신할 것"이라며 "초개인화 시대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고 본인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행사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 행사는 앞으로 없어서는 안될 행사 방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수많은 마이스업체들은 이런 미래에 발맞춰 온라인 행사를 위한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하는가 하면, 각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마이스를 지원하고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시 컨벤션 센터들도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행사 활성화를 이해 필요한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한 컨벤션센터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이 행사장에 모이던 기존 마이스 형태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이 함께 가는 하이브리드 형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새로운 마이스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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