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소재 개발, 리필, 리사이클
화장품.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고 피부를 보호해주는 기능으로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과도한 포장, 그리고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로 인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킨케어 기업'을 넘어 지구를 지키는 '어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회사가 있다. 국내 1위 화장품그룹이자 'K-뷰티'의 선봉장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그 주인공.
수원 광교의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지난해 10월 오픈한 이 매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통합브랜드 매장이다. 하지만 이 매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왼쪽에 마치 수도꼭지가 여러 개 달려있는 캠핑장 개수대와 비슷한 설비가 눈에 들어온다. 리필스테이션이다. 다수의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들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원하는 제품과 구매할 양을 선택하자 매장에 상주하고 있는 조제관리사가 전용 리필용기에 해당 제품을 담아준다. 관련 법에 따라 화장품 등의 소분 판매는 소비자가 직접 담으면 안되고 국가자격증을 갖춘 조제관리사가 해야 한다.
처음 구매할 때는 6000원짜리 리필용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 용기는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리필할 때 이 용기를 가져오면 매장에서 살균처리 후 내용물을 담아준다. 용기 가격이 부담될 수 있지만 내용물 가격이 일반 제품에 비해 대부분 절반정도 싸기 때문에 꾸준히 리필할 경우 '본전'을 뽑는다. 가령 프레시팝 두피 클렌징 모히또 샴푸는 500ml짜리가 1만5000원이다. 그러나 350ml 리필 가격은 5250원이다. 100ml당 패키지 가격은 3000원이지만 리필은 1500원이다.
아모레 리필스테이션에서는 현재 샴푸와 바디워시만 리필 가능하다. 아모레는 리필 대상 제품을 화장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은 샴푸나 바디워시보다 피부에 주는 영향이 크고 민감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샴푸 등은 피부에 닿는 즉시 물세척을 하지만 화장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리필에 의한 환경보호와 경제성만큼 소비자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화장품 리필과 관련해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모레는 대형마트와 손잡고 리필스테이션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이마트 자양점에 입점한 '아모레스토어 헤어&바디' 매장에 '리필스테이션' 코너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해피바스, 미쟝센 브랜드의 샴푸와 바디워시 10가지 제품을 내용물만 소분해 판매한다. 또 매장 바닥은 화장품 공병 분쇄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자재로 마감했다.
◇ '리필'로 부족...친환경 재질로 용기 바꾼다
사실 화장품은 재활용되지 않는 포장용기가 가장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포장을 줄이고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은 화장품 회사 앞에서 '화장품어택' 시위까지 벌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해피바스 브랜드에서 선보인 '퍼퓸 바디워시'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식물 유래 플라스틱을 26.5% 함유한 무색 투명용기로 출시됐다. 유색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이나 매립되기 때문에 무색 투명용기로 만든 것이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정되는 수축 라벨을 부착했기 때문에 내용물을 다 쓰고 난 뒤에는 절취선을 따라 라벨을 뜯어서 재활용으로 분리수거하면 된다.
'해피바스' 브랜드는 안전성 시험을 거친 천연 유기농 원료만 사용하고 있다. 원료뿐 아니라 포장재까지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도록 포장재 코팅과 폴리염화비닐(PVC)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원료와 포장재에 중금속 사용을 금지한 것은 물론이다.
바이탈뷰티 메타그린도 탈플라스틱 실천 제품이다. 기존 PVC 재질의 캡슐형태 포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보틀, 파우치 형태로 바꾸며 '메타그린 슬림' '메타그린 골드'로 업그레이드 출시했다. 바이탈뷰티는 앞으로 전 제품에 친환경 포장재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니스프리는 그린티 씨드 세럼 용기에 종이 포장재를 적용한 페이퍼 보틀 에디션을 선보였다. 용기의 플라스틱 함량을 약 52% 줄였다. 캡과 숄더에는 재생 플라스틱을 10% 사용했다. 종이 보틀과 플라스틱 용기는 사용후 각각 분리배출하면 된다. 프리메라는 슈퍼 블랙씨드 콜드-드랍 세럼™ 리미티드 세트에 유리 용기와 재생 플라스틱 캡을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처럼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으로 만든 친환경 식물유래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2017년부터 사탕수수를 추출해 만든 바이오페트(Bio PET)를 바디클렌저 등의 제품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미쟝센 슈퍼보태니컬 라인, 해피바스 어린잎 티컬렉션 젤 핸드워시 제품 등에도 식물유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 포장재로 종이·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아모레는 제품 포장재도 플라스틱과 종이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리메라의 슈퍼 블랙씨드 콜드-드랍 세럼™ 리미티드 세트의 경우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지류를 사용했다. 종이로 제공하던 제품설명서도 종이 대신 단상자에 제품정보를 인쇄했다. 사용한 잉크는 식물성 콩기름을 이용했다.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올 2월 선보인 이니스프리의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에는 제품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플라스틱 선대를 없앴다. 대신 재활용할 수 있는 펄프 몰드로 만든 선대를 사용했다. 펄프 몰드는 천연펄프와 폐지 등 각종 펄프 원료를 물과 섞어 흡착 건조해 만든 포장재로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다.
해피바스의 '자몽에센스 바디워시'는 내용물 펌핑을 돕기 위해 펌프에 사용하던 금속을 제거했다. 따라서 이 제품은 사용 후 금속 스프링을 별도로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분리배출해도 된다. 또 이 제품의 용기는 10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수축 라벨만 떼고 분리배출하면 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제품의 2차 포장재인 단상자에 FSC 인증지류와 식물부산물종이 등 다양한 친환경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FSC 인증은 과도한 벌목 대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영되는 삼림에서 만들어진 종이류에 부여되는 국제인증이다. 식물부산물종이는 감귤 껍질과 해초 등 버려지는 식물자원을 재생 펄프와 혼합해 만든 것이다.
2018년 기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헤라, 프리메라, 아이오페, 한율 등의 브랜드에서 총 573개 신제품의 단상자에 FSC 인증지류를 사용했다. 이니스프리는 2018년 감귤지 그린티 씨드 세럼 등 153개 신제품의 단상자에 감귤지를 사용했다. 리리코스는 2018년 해초와 재생 펄프를 섞어 만든 해초지를 딥씨워터폴 크림 등 9개의 신제품 단상자에 활용했다. 또 2018년부터 국내 물류센터에서 플라스틱 비닐 소재의 에어캡 대신 FSC인증을 받은 종이 소재의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