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의 대표적 관광지 '용머리해안'에 가면 제주의 명물 '한치빵'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과 보리로 만든 반죽에 잘게 다진 한치와 생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이 빵을 맛보기 위해 가게 앞은 온종일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가게는 항상 붐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기다림을 감수하는 것일까. 그 맛이 궁금해 긴 줄 끝에 섰다. 약간의 기다림끝에 받은 '한치빵'의 맛은 붕어빵보다 훨씬 부드럽다. 다진 한치의 씹히는 식감도 미각을 자극했다. 메밀보리 반죽안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어서 그런지 씹을수록 고소함에 온 입안에 퍼졌다. '1개 3000원이나 해?' 싶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1개 3000원이나 할만하군' 싶었다.
제주도에서 '한치빵'이 처음 선보인 것은 3년전이다. 당시 달랑 한군데뿐이던 한치빵 가게는 지금 20여군데로 늘어났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맹점으로 확산된 것이다. '한치빵'을 제주도에 퍼뜨린 사람이 궁금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유철 치즈몽땅제주한치빵 대표. 때마침 용머리해안점을 찾은 박 대표를 운좋게 만날 수 있었다.
다부져보이는 인상의 박 대표는 처음부터 한치빵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함덕 해수욕장에서 레저사업을 하던 그는 겨울에만 붕어빵 장사를 했다. 그는 "3년전 붕어빵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태우기 일쑤였다"면서 "당시 제주에 문어빵이 유행했었는데 저는 한치를 넣은 빵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제주는 문어보다 한치를 한수위로 여긴다.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치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주에서 나는 한치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메밀과 보리로 반죽을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모짜렐라 치즈도 제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한치빵'은 제주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탄생한 한치 모양의 한치빵은 입소문을 타고 금방 유명해지면서 가맹점 문의가 쇄도했다. 제주도에 '한치빵' 가맹점이 20곳으로 늘어난 이유다.
박 대표는 서울이나 대도시에 가맹점을 낼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치가 나지 않는 도시에서 한치빵을 만드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육지에 한치빵 가맹점을 낼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말했다.
대신 박 대표는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박 대표는 "재작년 경주에서 한치빵을 팔고싶다는 분에 계셨는데 한치빵 대신 경주의 상징인 다보탑이 찍힌 '십원빵'을 만들도록 레시피를 제공한 적이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경주에는 다보탑이 그려진 십원빵, 거제에는 풍차가 그려진 십원빵, 부산에서는 광안대교가 그려진 십원빵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안동에서는 하회탈이 새겨진 빵을 판매해볼 계획이다.
박 대표의 고집(?) 때문에 앞으로 한치빵을 먹으려면 꼭 제주도로 가야 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육지에는 한치빵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짜 제주의 맛을 지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한치빵을 사러오는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다. 맛도 맛이지만 'SNS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치빵을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않았다. 가게 근처에서 한치빵을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맛은 어떤지 물어봤다. "생긴 것도 너무 귀엽고 맛도 좋다" "제주 바다를 보며 한치빵을 먹으니 정말 제주도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도 한치빵을 한입 크게 베어먹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대뜸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며 먹는법을 가르쳐줬다. 먼저 한치빵의 윗부분부터 살짝 잡아 뜯어낸다. 그러면 빵속에 숨어있던 치즈가 길게 모습을 드러낸다. 죽 늘어난 치즈를 빵에 돌돌 감아먹으면 한치빵을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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