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핵심은 실질임금과 경제성장의 디커플링
우리 사회의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대표의원 소병훈, 책임연구의원 용혜인·허영) 주최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긍정전략과 변혁전략' 세미나에서 '기본소득이 온다'의 공동저자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고, 그에 따라 복지제도도 함께 확대됐지만, 불평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고용·임금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고, 이는 빈곤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동생산성, 경제성장, 일자리, 실질임금 순서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악어가 입을 벌리듯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 대외적으로 경제·문화강국 이미지가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 유행했던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주제는 대체로 불평등 관련이며, 너무나 오랫동안 최장노동기간, 성별임금격차, 자살율, 노인빈곤율, 저출산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까지도 불평등이 구조화됐음을 깨닫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삶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복지국가 모델은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노동을 의무로 강조하기 때문에 착취적이고 억압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의 사회보험은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으로 몰성적이며, 자산조사를 동반한 신청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낙인효과가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일자리의 질은 저하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며 근로조건과 관계 없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최저선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최저 수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긍정전략'과 '변혁전략'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긍정전략은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은 전략, 변혁전략은 이상적이지만 실현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전략이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한번에 기본소득을 몰아주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기존의 아동, 청년, 노인 등에 대한 사회수당에서 대상과 급여수준을 확대해 나가는 '범주형 기본소득'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은 참정권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문화적 시민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리"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윤리나 가족윤리의 단단한 굴레를 깨야하기 때문에, 범주형 기본소득을 통해 기존 체제를 허물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해나가야 한다"며 정치권이 더 큰 규모의 사회실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동주 의원(비례)은 "소상공인들 간에서도 일시적인 재난지원금보다 구조적인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정책으로 문제를 접근해보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휩쓸고 가는 자리마다 불평등·불공정·양극화가 이슈가 되고 있어,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시킬지 대안을 빨리 만들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눈 떠보니 선진국'이 회자가 됐지만 같은 시대를 살면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잘 사는 사람들은 선진국이라 생각하고, 노동조건 등 모든 것이 악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후진국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가운데 하나는 범주형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설득해서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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