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과장하거나 탄소상쇄도 비공개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5%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 25곳이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변화 관련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성과만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구글·아마존·이케아·애플·네슬레 등 5개 기업의 탄소감축 행보가 더디다는 비판이다.
독일의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NCI)와 벨기에 비영리단체 탄소시장감시(CMW)는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25개 기업의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와 이행 정도 등을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전체 감축량이 100%가 아닌 4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이 기업들은 '탄소상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탄소감축을 과장하기 위해 용어를 불명확하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상쇄(Carbon Offset)는 기업들이 환경 프로젝트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거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풍력발전소 건설에 돈을 투자하는 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탄소상쇄 방법은 개발도상국의 삼림 벌채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DD+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화석연료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수세기동안 대기 중에 남아있을 수 있는 반면 나무에 탄소가 저장되는 효과는 일시적이다. 따라서 탄소상쇄 프로젝트들의 실제 영향은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의 실제 탄소상쇄 효과는 불명확하다.
보고서는 또 해당 기업들이 용어를 분명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넷제로와 같은 용어를 혼동해서 쓰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용어들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기후활동을 과장하고 규제당국은 기업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넷제로'(Net-zero)는 6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의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활동을 의미한다. 순배출량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포집 등을 통한 온실가스 상쇄량을 합산한 수치다. 반면 '탄소중립'은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만 제로화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넷제로와 엄연히 다르다.
보고서는 기업의 가치사슬을 벗어난 기후활동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추적하는 것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에서 가치사슬 외부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감소를 별도로 보고하지 않는다고 것이다. 일례로 애플의 탄소배출량의 70%가 휴대폰, 노트북PC 등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전력소비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후 계획에 이런 배출을 포함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또한 기저효과를 활용해 배출감소가 크게 드러날 수 있는 유리한 연도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비교하거나 특정 활동을 범위에서 제외하고 탄소상쇄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비공개 처리한다. 이런 문제들을 감안해, 보고서는 기업들의 평가결과를 '우수' '합리적' '중간' '미흡' '매우미흡' 등 총 5단계로 나눴다.
그 결과 세계적인 IT기업 구글과 아마존,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 등 10개 기업이 '미흡' 등급을 받았다. 식품업체 네슬레와 생활용품 제조사 유니레버 등 11곳은 최하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다. 애플 등 3곳은 '중간' 등급을 받았고, 해운회사 머스크는 '합리적' 등급을 받았다. 최상단 '우수' 기준에 충족하는 회사는 단 1곳도 없었다.
보고서 저자인 NCI의 토머스 데이는 기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야심찬 말만 늘어놨을 뿐, 실체가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기업들이 '탄소 상쇄 제도'를 과도하게 사용해 배출량 감축 달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 기업 25곳은 머스크, 애플, 소니, 보다폰그룹,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에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구글, 히타치, 이케아, 베일, 폭스바겐, 월마트, 액센츄어, BMW그룹, 까르푸, CVS 헬스, 도이치포스트, 에온, 제이비에스, 네슬레, 노바티스, 생고뱅 그리고 유니레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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