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코로나19 사망률 높이는 결정적 유전자 발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1 11: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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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P1'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정상세포 파괴해
면역균형 메커니즘 밝혀 안전한 치료제 '초석'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망률을 높이는 선천 면역 센서를 찾아낸 이상준 UNIST 교수 (사진=유니스트)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로써 앞으로 발생하게 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보다 안전한 백신을 보급할 수 있는 초석이 깔렸다는 평가다.

2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 연구팀은 'ZBP1' 유전자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ZBP1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면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해 고령자들의 사망률을 낮추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역량을 갖추게 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ZBP1은 세포 속에서 바이러스 감지용 안테나 역할을 한다. ZBP1이 바이러스를 감지하면 우리 몸에 면역 단백질 '사이토카인'(Cytokine)을 만들라는 신호를 준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는 너무 많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만들어 면역 균형을 깨뜨린다. 면역 균형이 무너지면 과도한 면역반응이 지속되면서 정상 신체조직까지 심각하게 파괴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식세포(Macrophage)의 유전자를 제거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genome-wide CRISPR-Cas9 screening)을 이용해 ZBP1 유전자를 찾았다. 이 유전자가 존재하는 대식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사멸하지만, 이 유전자를 제거한 대식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사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치료에 흔하게 사용하는 '인터페론(Interferon·IFN) 요법'이 코로나19 환자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 이유도 찾아냈다. 인터페론이 ZBP1 유전자를 강력하게 발현시켜 염증성 세포 사멸과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터페론은 면역 센서가 바이러스 등을 인지한 다음에 분비되는 면역물질인데, 그 자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전령 역할을 한다"며 "ZBP1 유전자도 인터페론에 의해 더 강력하게 발현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동물 실험에서도 인터페론과 ZBP1 유전자의 관련성이 입증됐다. ZBP1 유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인터페론을 주입한 경우만 소동물이 모두 사망한 것이다. 두 조건 중 하나만 주어지면 소동물이 모두 사망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ZBP1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면 면역세포의 활성화 균형을 맞춰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약물을 만들 수 있다"며 "이 방식은 우리 몸이 가진 면역체계를 조절해 면역 염증반응을 막는 것이므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치료 가능한 범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세인트 쥬드 아동 연구병원(St.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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