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탈탄소 성적 'F'...공급망 관리 '구멍'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8 10:31:41
  • -
  • +
  • 인쇄
탈탄소 '자사 운영'과 '공급망 관리' 상당한 차이
10년뒤 ICT전력 60%↑..."오염자부담원칙 지켜야"
▲전자제품 브랜드사의 탈탄소화 노력 평가 (자료=그린피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체들의 탈탄소 성적이 '낙제' 수준으로 평가됐다.

28일 그린피스가 미국 기후환경단체 스탠드어스와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와 협력사 24곳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성과를 평가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5곳 모두 하위권을 장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F' 받았고,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는 'D'를 받았다. 그나마 삼성디스플레이는 'D+'로 체면치레를 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전자제품 브랜드사 10곳과 이 업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동아시아 소재 반도체·디스플레이·최종조립 부문 주요 공급사 1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방식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및 조달 방법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세부 항목을 토대로 한다.

조사대상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공급망 관리'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자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이 100%였지만 공급협력사들의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은 대부분 한자릿수에 그쳤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HP, 소니 등 6개사는 공급망까지 포함해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공급협력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한 곳은 애플과 구글 단 2곳뿐이었다.

애플과 구글은 자체 기후위기 대응평가에서는 A+를 받았지만 공급망 관리부문으로 확대한 평가에서는 각각 B-와 D를 받으며 큰 차이를 보였다. 아마존과 델, 레노보 등도 자체 운영에서는 C+를 받았지만 공급망까지 확대한 평가에서는 모두 F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두 회사는 자체 운영에서는 D+를 받았지만 공급망까지 확대한 평가에서는 'F'를 받았다. 자체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공급망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 이하로 매우 낮은데다, 그조차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조달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설치, 재생에너지 지분 투자,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사(좌)와 공급망(우)으로 탈탄소화 노력을 분류한 평가결과 (자료=그린피스)


캐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ICT 캠페인 리더는 "ICT 산업 제조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평균 77%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공급망에 적용되는 재생에너지 요건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브랜드사는 말로만 공급망 탈탄소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검증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캠페인 리더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명확한 공급망 탈탄소 목표가 없다는 것은 글로벌 ICT 산업 수준에 걸맞지 않다. 두 기업은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한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각 'D+'와 'D'를 받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각각 5%와 1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 'D'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1%에 그쳤다. 201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11.7%나 증가했다.

국내 부품업체들 역시 국내 브랜드업체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녹색프리미엄과 해외 '언번들 REC'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공급업체들은 자사의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지도 않았다.

'언번들 REC'는 전력생산과 REC 발급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재생에너지 전력발전소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발전소의 자금조달을 안정화시켜 확장하도록 하는 '부가성'(Additionality)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ICT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자료=그린피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당 부문의 전력 소비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30년에는 전세계 기술 산업 분야 전력 소비량이 2020년보다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만큼, 기술 산업의 발전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ICT 기업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주요 책임자로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규로 늘리지 않고 조달제도에 의존해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수치만 채우는 것은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은 정부탓만 하기보다 해외기업처럼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만에 2곳 응모...기초지자체 합의가 '변수'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에 민간 2곳이 응모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는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대체 매립지

英 개도국 폐플라스틱 수출 84% '껑충'...재활용 산업 '뒷걸음'

영국 정부가 매년 6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방치하면서 자국 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규모를 쪼그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불의 고리' 이틀만에 또...필리핀 규모 7 강진에 쓰나미 경보까지

'불의 고리'에서 연속적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대만 화롄 지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10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

발암물질 PVC로 포장금지 5년...생고기 포장 여전히 랩으로 '둘둘'

사용이 금지된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을 포장재로 이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이 지

지난해 국내은행 탄소배출량 1.52억톤...목표치 '미달'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온실가스 감축규모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8일 한국은

[주말날씨] 가을 장마인가?...주말내내 '비소식'

추석 연휴 내내 오락가락 하던 비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지겠다.비는 수도권과 강원 그리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10일부터 토요일인 11일까지 이어지겠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