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 뚫고 내려온 찬공기 한파 만들어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던 겨울날씨가 며칠새 급작스럽게 추워졌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지난달 하순부터 북극을 둘러싸고 도는 제트기류의 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트기류에 갇혀있던 북극의 찬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와 습한 공기를 만나면서 혹한과 함께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온난화'가 빚은 혹한이다.
지난해 1월에도 비슷한 현상으로 전국이 영하 20도가 넘는 한파가 일주일간 지속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북극발 냉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발생한 음의 북극진동 때문에 한파가 발생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차로 인해 생긴 강한 기류인데, 북위 30도 부근과 북극의 기온차가 크면 클수록 빠르게 회전하면서 냉기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겨울철 북극 기온이 내려가면 저기압이 형성돼 제트기류가 북극 쪽으로 쏠리는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냉기를 북극 지방에 가둬준다. 반면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찬공기가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음의 북극 진동이 발생한다. 이 음의 북극진동이 중위도 지역의 한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의 북극진동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북극의 이상 고온, 즉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중위도와의 기온차가 작아져 음의 북극진동이 발생한 것. 다시 말해 제트기류가 한반도까지 밀려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같은 영향으로 23일 최저기온이 올들어 가장 추운 영하 15도까지 기록했고, 강풍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은 더 추워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호남권은 최대 50cm가 넘게 눈이 내려 '제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은 군과 소방당국, 공무원까지 총동원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지만 눈이 계속 내리는 탓에 역부족인 모습이다.
북반구에 있는 미국도 현재 혹한을 겪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한파로 이번주 기온이 영하 31∼37℃로 떨어지고 시속 96㎞의 강풍이 불어닥쳐 1억5000만명이 한파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미국 중부와 남부, 동부에 이르기까지 혹한과 폭설, 강풍 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크리스마스에서 신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기상현상은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날씨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NWS 기상예보센터 기상학자 알렉스 라머스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수준의 기온 하강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최근 인류와 다른 생명체가 겪은 그 무엇보다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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