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패브릭 소파 대세 이어갈 것"
"소파를 만들기 시작한지 43년 됐지만 아직도 연구하고 배우고 있다."
국내 '소파 장인' 박봉재 봄소와 전무의 말이다. 한평생 소파 만들기에 몰두했으면 이제 질릴 법도 하지만 그는 아직도 소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남 신안에서 상경했을 때가 17살 때"라며 "당시 서울 금호동에 있는 소파공장에 취직하면서 소파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파 공장에서의 근무는 그닥 녹록치 않았다. 박봉재 장인은 "선배들에게 욕은 기본이고 맞으면서 어깨 넘어로 소파 만드는 것을 배웠다"면서 "11년쯤 되니까 내 손으로 소파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40여년 전만 해도 소파는 부의 상징이었다. 소파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돈푼깨나 있는 집에서만 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박봉재 장인은 "1960년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서구 생활양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거실과 안방 그리고 부엌 등의 공간이 분리되면서 공간별 필요한 가구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가구들 가운데 소파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만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소파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였다.
어깨 넘어 배운 기술로 90년대 들어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걸로 소파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장인은 "스케치한 소파 디자인을 재단, 재봉, 목공, 시트 등 모든 작업과정을 거치면서 실물로 완성시키는 것을 '가다'라고 하는데, 가다를 시작한 이후 내 이름 석자를 내걸고 소파를 연구하고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쯤 경제적으로 안정됐을 때 개인사업을 작게 운영했지만 지금은 모두 접고 봄소와에서 소파를 연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는 박 장인은 "일평생 소파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한 탓인지 사업하고는 체질이 맞지 않는 것같다'며 웃었다. 현재 그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봄소와 생산공장에서 소파제조파트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소파는 더이상 고급가구가 아니다. 20년전 4인용 가죽소파가 300만~400만원에 판매됐는데 지금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박봉재 장인은 요즘 국내 소파 제조업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예전에는 마진을 많이 붙여서 판매한 것도 있지만 그간의 물가상승을 생각하면 소파 가격은 제자리"라며 "인건비와 자재비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간 소파 제조업에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걱정했다.
그가 40년 넘게 소파 연구를 접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처럼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박 전무는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높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그는 2023년 소파 디자인은 패브릭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SG와 탄소중립 기조로 천연가죽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패브릭 소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내년에는 비건 키워드가 강세여서 리사이클, 업사이클에 대한 공급과 수요도 증가해 '패브릭+비건'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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