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명 식량 확보 기대
폭염에 강한 밀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지구온난화에 적응가능한 밀 품종을 개량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다.
영국 노리치 존이네스센터(John Innes Center) 연구팀은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해 더위와 가뭄에 더 강한 밀 품종을 개발했다고 최근 영국 가디언에서 보도했다. 연구팀은 해당 품종의 내열성이 이베리아의 더위를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수십억 명의 식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인류가 매일 소비하는 칼로리의 20%를 제공하는 밀은 지구온난화로 생산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그레이엄 무어(Graham Moore) 존이네스센터 소장은 "밀은 현재 전세계 약 45억명이 먹고 있는 식량"이라며 "이 가운데 89개국의 약 25억명이 매일 주식으로 밀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어 소장에 따르면 밀 품종의 복원력과 생산성 향상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밀 유전학의 복잡성이다. 인간은 DNA 지침을 포함하는 단일 게놈을 가지고 있지만 파스타용 밀은 2개의 조상 게놈, 빵용 밀은 무려 3개의 조상 게놈이 있다.
특히 밀에 있는 '안정화 유전자'는 다양한 게놈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와 염색체를 분리해 제어한다. 이 유전자는 밀의 수확량을 높여줬으나 야생근연종과의 염색체 교환을 억제해 품종개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야생근연종이 지닌 질병저항성, 내염성, 내열성 등 척박해지는 환경에서 유용한 특성으로 밀을 개량하는 작업을 안정화 유전자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무어 소장은 "이 유전자가 밀 유전학자들의 '성배'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는 "밀은 게놈의 복잡성과 크기 때문에 모든 주요작물 중에서 연구하기 가장 어렵다"며 "문제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십 년 만에 이 성배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핵심유전자를 확인하고 'Zip4.5B'라는 이름을 붙인 돌연변이 버전을 만들었다. 이 버전은 내열성과 더불어 밀 염색체로 하여금 수확량을 유지시키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야생초의 특성을 지닌 변종의 생성을 차단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이에 연구팀은 이 품종을 대상으로 스페인 코르도바 인근 지역에서 현장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어 교수는 "어떤 품종이 앞으로 수십 년간 기온이 오를 환경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Zip4.5B' 유전자에 최소 50가지 버전이 있음을 발견했으며 "여러 밀 개량종을 통해 해당 유전자들을 실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전자편집기술 덕분에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고 밝히며, 이 연구를 통해 밀이 미래식품으로 존속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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