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 줄이더라도 10년 내 임계치 넘어
2030년대에 이르면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임계값 1.5℃를 넘어갈 확률이 5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당초 2050년에 1.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10년 이상 앞당긴 최악의 결과다. 지난해말 기준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표면 온도는 1.15℃까지 상승했고 앞으로 남은 온도는 고작 0.35℃에 불과해 2030년대에 1.5℃를 넘을 수 있다는 예측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노아 디펜바우(Noah Diffenbaugh)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와 콜라라도주립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반스(Elizabeth Barnes) 대기과학과 교수는 훈련된 인공신경망(ANN)을 활용해 향후 지구기온 상승 시간표를 도출한 결과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온도가 1.5℃ 높아지는 시점이 2030년대 초반으로 나왔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진들은 AI 예측모델에 광범위한 지구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분석하도록 훈련한 다음 주어진 온도 임계값에 대한 타임라인을 결정하도록 했다. 탄소배출량 '높은·중간·낮은' 3가지 시나리오를 대입해 예측했더니, 3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2033∼2035년 사이에 지구온도가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노력과 상관없이 앞으로 10년 이후 지구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높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더라도 2044년~2065년 사이에 지구 상승온도가 2℃를 넘을 확률이 70%로 도출됐다. 연구진은 AI 예측값이 정확한지 검증하기 위해 1980년~2021년 데이터를 입력했더니 정확하게 나왔다고 했다.
1.5℃ 이상 넘어가면 지구 생태계는 이전으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전세계 200개국이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 임계치를 넘으면 홍수와 가뭄, 산불 등 기후재앙이 빈번해지고 극심해질 뿐만 아니라 북극의 얼음이 없어지고 여름일수가 10배 늘어날 수 있다. 급기야 생태계 파괴로 식량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후재앙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각국은 '2050 탄소중립' 대열에 앞장서고 있지만 몇 년전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기후변화 당사국간 협의체(IPCC)도 2022년 발간한 주요 보고서에서 세계가 '2030년대 초'에 1.5℃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IPCC는 낮은 배출량 시나리오에서 지구온도가 금세기말까지 2℃까지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지만, 이번 연구는 이런 예측도 뒤집는 결과여서 더욱 우려스럽다.
AI는 앞으로 반세기동안 지구가 넷제로(탄소 순배출양 0)를 달성하더라도 2065년 이전에 지구온도가 '2℃' 상승할 확률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디펜바우 교수는 "우리 AI 모델에 따르면 넷제로 달성까지 앞으로 반세기가 걸릴 경우, 지구온도 2℃ 상승이 자명할 정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됐다고 본다"며 "탄소배출량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50년 이전에 2℃에 도달할 확률은 50%"라고 예측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월 3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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