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줄고 허약해진 꿀벌…나노플라스틱 먹고 '소화불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1 15:44:00
  • -
  • +
  • 인쇄
장내 미생물 환경·면역체계 교란
체중 10% 줄고 치사율 50% 증가


꿀벌의 먹이에 플라스틱이 섞여 들어가게 되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파괴되면서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농업대학 연구팀은 꿀벌이 폴리스티렌(PS) 재질의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 군집에 피해를 끼치면서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고, 급기야 특정 질병에 따른 치사율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노플라스틱은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통상 '직경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해저로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40년 전에 비해 10배나 증가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산 정상, 마리아나 해구 끝자락, 북극해 얼음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최근에는 벌꿀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꿀벌은 대표적인 생태지표종이다. 식물과 인간을 오가는 꿀벌의 개체수나 건강상태로 생태계 파괴와 훼손 정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꿀벌은 장내 미생물과 숙주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 좋은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꿀벌이 다양한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했을 때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양봉장에서 채집한 지 10일이 지난 꿀벌에게 꽃가루와 설탕물, 지름 100nm(나노미터, 100nm=0.1㎛)의 PS 입자를 먹였다. 15일이 지나자 해당 꿀벌들의 체중은 대조군에 비해 8.33% 줄어들었다.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한 꿀벌들의 내장은 두께가 얇아지고, 표피와 진피의 경계로 세포와 조직에 영양공급을 하는 기저막이 파열되기도 했다.

연구팀이 관찰 편의를 위해 꿀벌이 염색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도록 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군이 풍부한 직장 부위에 몰렸다. 실제로 10일 뒤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자 플라스틱을 섭취한 꿀벌의 장내에서 유산균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더스균 비중이 각각 72%에서 54.34%로, 12.33%에서 6.35%로 줄었다.

▲염료가 묻은 미세플라스틱이 모여들어 붉게 표시된 꿀벌의 직장. 우측 원 그래프에서 녹색은 락토바실러스, 청색은 비피더스균 비중을 나타내는데, 노출된 플라스틱 크기가 작을수록 해당 유산균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종합환경과학)


게다가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꽃가루의 표면에 있는 구멍 '발아공'에 들어가 부착하는 것을 포착했다. 꿀벌의 소화효소는 꽃가루의 영양소를 끌어내기 위해 발아공으로 들어가는데, 나노플라스틱이 이 구멍들을 막는 바람에 소화작용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이밖에도 나노플라스틱은 꿀벌의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미쳐 질병에도 취약하게 만들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총 705개의 유전자에서 발현 정도가 달라졌는데, 이 가운데 385개는 더 많이, 320개는 더 적게 발현됐다.

특히 꿀벌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LOC408844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했고, 해독능력과 관련된 CYTO6AQ1 유전자는 감소했다. 연구팀이 나노플라스틱 섭취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 꿀벌들을 병원성 세균인 '하프니아 알베이'(Hafnia Alvei)에 노출시키자 치사율은 92%에 달했다. 이는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고 같은 병원균에 노출된 대조군의 치사율보다 50%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나노플라스틱 탓에 내장 벽 두께 줄어 병원성 세균이 다른 조직으로 침입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손상된 면역 체계는 병원균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막지 못했고, 이로 인해 더 취약해진 꿀벌은 더 많이 죽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지난해 10월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