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실패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
2030년까지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1%포인트(p) 낮춘 탄소중립녹색위원회(탄녹위) 계획에 대해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탄녹위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두고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낮아져 우려스러운 점이 크다"며 "산업전환을 미룬 채 효과도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이 세계로부터 탄소중립의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우리경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탄녹위가 지난 21일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은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큰 틀에서 유지하되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14.5%에서 11.4%로 3.1%p 줄인 것이 골자였다.
탄녹위는 산업부문의 줄어든 부담을 국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인정받은 감축실적으로 국내로 이전받는 방식의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전환부문이 나눠서 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은 대안들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제감축의 경우 최근 인도네시아가 자국내 감축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감축 실적을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위험부담이 크다. 또 CCUS의 경우 기술적으로 초기단계에 있어 대규모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환부문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전환부문의 감축 목표는 1.5%p 늘었지만, 정확한 발전원별 비중(에너지믹스)은 밝히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1.6%+α'라고만 명시했다. '21.6%'는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의 30.2%에서 21.6%로 낮춘 수치다.
CCUS와 국제감축을 반영하더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54%(전력사용량 포함)에 달한다.
경실련은 "정부는 산업전환 대신 기존 중화학공업 생산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개발과 이를 위한 R&D 지원 등을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이는 근본적인 해법도 아니며, 차선책도 아니다"면서 "2021년에 발표한 14.4%도 부족한 상황에서 11.4%로 낮췄다는 것은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탄녹위의 계획에 대해 감축 부담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탄녹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2027년 현 정부 임기 내 예정된 온실가스 감축량은 총 5000만톤 규모로 연평균 감축률이 2%이지만, 이후 2030년까지 3년간 1억톤씩 연평균 9.3%를 줄이는 것으로 목표치가 대폭 늘어난다.
이에 경실련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실패한 기업들이 국제 탄소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전하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우려했다. 경실련은 "재벌대기업들은 공장을 미국 또는 RE100이 가능한 지역에 짓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들에 대한 전환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어 "점점 더 미룰 경우 추후 긴급해진 상황에서 들어가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면서 "정부가 진정 2050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면 온실가스 감축량의 대다수를 다음 정부로 미룰 생각을 하지 말고 이번에 발표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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