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목표 3.1%p 낮춘 정부..."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2 16:05:47
  • -
  • +
  • 인쇄
경실련, 정부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
RE100 실패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비롯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 참석해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의 발언 때 기습 손팻말·펼침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30년까지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1%포인트(p) 낮춘 탄소중립녹색위원회(탄녹위) 계획에 대해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탄녹위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두고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낮아져 우려스러운 점이 크다"며 "산업전환을 미룬 채 효과도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이 세계로부터 탄소중립의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우리경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탄녹위가 지난 21일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은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큰 틀에서 유지하되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14.5%에서 11.4%로 3.1%p 줄인 것이 골자였다.

탄녹위는 산업부문의 줄어든 부담을 국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인정받은 감축실적으로 국내로 이전받는 방식의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전환부문이 나눠서 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은 대안들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제감축의 경우 최근 인도네시아가 자국내 감축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감축 실적을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위험부담이 크다. 또 CCUS의 경우 기술적으로 초기단계에 있어 대규모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환부문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전환부문의 감축 목표는 1.5%p 늘었지만, 정확한 발전원별 비중(에너지믹스)은 밝히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1.6%+α'라고만 명시했다. '21.6%'는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의 30.2%에서 21.6%로 낮춘 수치다.

CCUS와 국제감축을 반영하더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54%(전력사용량 포함)에 달한다.

경실련은 "정부는 산업전환 대신 기존 중화학공업 생산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개발과 이를 위한 R&D 지원 등을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이는 근본적인 해법도 아니며, 차선책도 아니다"면서 "2021년에 발표한 14.4%도 부족한 상황에서 11.4%로 낮췄다는 것은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선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탄녹위의 계획에 대해 감축 부담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탄녹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2027년 현 정부 임기 내 예정된 온실가스 감축량은 총 5000만톤 규모로 연평균 감축률이 2%이지만, 이후 2030년까지 3년간 1억톤씩 연평균 9.3%를 줄이는 것으로 목표치가 대폭 늘어난다.

이에 경실련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실패한 기업들이 국제 탄소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전하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우려했다. 경실련은 "재벌대기업들은 공장을 미국 또는 RE100이 가능한 지역에 짓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들에 대한 전환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어 "점점 더 미룰 경우 추후 긴급해진 상황에서 들어가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면서 "정부가 진정 2050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면 온실가스 감축량의 대다수를 다음 정부로 미룰 생각을 하지 말고 이번에 발표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2035 NDC' 뜸 들이는 EU...기후 선도그룹 위상 '흔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대한 감축목표를 기한내에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

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

강릉 저수율 16.5%까지 상승...수요일 또 강릉에 '반가운 비'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오전 6시 기준 16.5%를 기록했다. 주말 전후 오봉저수지 인근에 내린 81㎜의 비가 지

폭염 극심했던 유럽...올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 '70조원'

올해 극한기후로 인해 유럽이 약 430억유로(약 7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독일 만하임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팀은 올여름 폭염과 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