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붕괴속도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빨라
남극 빙상이 하루 최대 600m씩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학 크리스틴 배첼러(Christine Batchelor) 박사가 이끈 국제연구팀은 과거 마지막 빙하기 시절 노르웨이 빙상이 붕괴됐던 흔적을 분석한 결과, 남극 빙상이 하루 50m~600m씩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5일(현지시간)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이는 기존에 추정치보다도 최대 20배 빠른 속도다. 이전까지는 서남극 포프 빙하의 인공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빙하가 하루에 30m씩 녹는다고 분석한 것이 최고기록이었다.
이번 연구는 노르웨이에서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남극의 미래를 가늠한 것으로, 연구팀은 2만년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거대한 빙상이 노르웨이 바다로 붕괴됐던 흔적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전 연구들이 약 50년치 위성데이터로 빙상 붕괴속도를 추정한 것과 대비된다.
연구팀은 빙상 하부가 해저와 맞닿는 지점인 '접지선'(grounding line)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접지선은 해저에 잠긴 빙상 아래에 바닷물이 유입돼 빙상 하부가 녹을 때 해저 바닥을 따라 빙하 안쪽으로 후퇴한다. 이를 '해양 빙상 불안정'(Marine Ice Sheet Instability, MISI)이라고도 한다.
연구팀은 해저에 남은 이 접지선의 흔적을 측정해 과거 빙상이 붕괴한 속도를 계산했다. 그 속도는 특히 해저지형이 비교적 평평할 때 가장 빠른 것으로 관찰됐다.
분석에 따르면 노르웨이 빙하의 후퇴 추세는 최대 11일동안 지속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크리스틴 배첼러 박사는 "이번에 관측한 노르웨이 빙하후퇴 추세는 지금까지 본 어떤 것보다 훨씬 빨랐다"며 "남극 빙상 또한 단기간 내 급격한 후퇴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접지선은 이전에 남극 대륙에서도 연구됐지만 당시 조사면적이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3만㎢에 걸쳐 능선 7600개를 조사해 빙상의 후퇴율을 비교적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오늘날 해수면 상승에 대한 '과거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둠스데이 빙하'로도 불리는 스웨이츠빙하를 포함해 남극 빙상이 가까운 미래에 급속히 붕괴해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서남극 빙상의 붕괴를 막을 시점이 이미 지났으며 빙상의 붕괴가 결국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전세계 해안도시를 침식하고 폭풍해일과 홍수에 취약하게 만든다.
앤드류 셰퍼드(Andrew Shepherd) 영국 노섬브리아대학 교수는 "후퇴는 꾸준한 과정이 아니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인공위성으로는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변화를 추적해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빙하 후퇴가 급격한 얼음 손실 및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1~2주 이상 지속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 펠드만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박사(Johannes Feldmann)는 "이번 연구는 특정 상황에서 남극 얼음이 더 빠르게 후퇴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준다"며 "한번 녹은 빙상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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