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가 기폭제..."바다에서 끝나지 않아"
올해 전세계 해수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같은 상승세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4월초부터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전세계 평균 해수온도가 21.1℃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21℃를 경신한 수치로 위성기록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수온도 상승의 원인으로 '엘니뇨'를 지목했다. 지난 3년간 해수온도 상승을 억제했던 '트리플 딥 라니냐'가 끝났고, '엘니뇨'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낮아지는 이상현상으로 지구 평균기온을 일시적으로 낮추게 된다.
반면 '엘니뇨'는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약해지면서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온도가 올라가는 이상현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엘니뇨가 나타나는 해에는 폭염과 가뭄, 산불 위험이 더 커진다. 실제로 해수온도가 역대 2번째로 높았던 2016년은 2014년부터 3년간 이어진 엘니뇨 현상이 정점에 달했던 해였다.
여기에 화석연료 연소와 벌목 등 대기중 온실가스 비중을 높이는 인간활동까지 더해지면서 해수온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실효과로 발생한 열의 90%를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간활동으로 1980년대부터 해수온도는 곧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높아진 해수온도는 '해양열파'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면서 악순환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영열파'는 특정 해역의 온도가 역대 기록된 관측치의 상위 10%를 웃도는 온도로 5일 이상 지속될 경우를 말하는 '바다의 폭염'이다. 그런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이상현상'이어야 할 해양열파가 올들어 인도양 남쪽, 남대서양, 아프리카 북서부, 뉴질랜드 근처, 호주 북동부, 중앙아메리카 서쪽 등 수개월동안 전세계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해양열파는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탄소흡수량이 높고, 산소량과 먹이가 풍부해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서식지로 삼는 '바다의 열대우림' 산호는 급격한 수온변화에 취약해 하얗게 말라죽는다. 결국 바다의 탄소흡수량이 줄면서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다시 바다의 온도가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게다가 엘니뇨가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다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미 1960년대와 비교했을 때 해수면에서 2km 깊이의 바다 수온이 평균 2배 높아졌다. 해수온도가 오르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에서 바다에서 더 큰 에너지를 가진 태풍, 사이클론 등이 생성되면서 이상기후가 더 심해지고, 수해를 비롯한 각종 피해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또 해양열파로 해양생태계가 망가지면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업, 그리고 해산물에 의존하는 식품업계 및 유통업까지 식량위기와 경제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호주 모나쉬대학교에서 엘니뇨를 연구하는 기후과학자 디트마어 도멘게트 교수는 "수많은 예측치 자료들이 엘니뇨를 예상하고 있다"며 "사상 최고치를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멘게트 교수는 이어 "엘니뇨가 예상대로 발생하게 되면 사상 최고치는 바다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보게될 것"이라며 "하반기에 또 다시 해수온도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걸 보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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