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한겨울 26.7℃ 올랐다 급락하기도
지난 1년간 미국 꿀벌의 절반가량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오번대학교 공동조사에 따르면 2023년 4월 1일까지 지난 1년간 미국 내에서 폐사한 꿀벌 비중은 48%에 달한다. 메릴랜드대학교와 오번대학교는 2006년부터 꿀벌들이 벌집째로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폐사율은 50.8%를 기록한 지난 2020~2021년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지난 12년간 연평균 폐사율은 39.6% 정도다. 미국 양봉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추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양봉업자들은 월동벌이 겨울을 나면서 대개 21%가량 폐사할 경우 '수용 가능한' 피해규모로 보고 있지만, 올해 이 폐사율을 넘어섰다고 보고한 양봉농가는 6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꿀벌의 집단폐사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지목했지만, 제초제의 독성이 점진적으로 약화돼 온 점, 전체 꿀벌의 3분의 2가량에 들러붙어 각종 바이러스를 퍼뜨리던 꿀벌기생충 '바로아응애'의 기생충감염률이 이제는 2%에 불과하다는 점, 특히 기후위기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2년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폐사율을 기록한 것으로 미뤄볼 때 '기후변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미 농무부(USDA) 소속 절지동물 연구원 제이 에반스는 AP통신과의 서면질의에서 지난 1월 워싱턴DC 기온이 이상기후로 80℉(약 26.7℃)까지 올랐다가 급락하면서 꿀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11월 평균기온이 12~13℃에 이를 정도로 따뜻한 기온이 유지돼다 급락하는 비슷한 기상이변으로 2년 연달아 월동벌이 집단 실종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밖에도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꿀벌은 집단 날갯짓을 통해 벌집의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하는 데 상당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꽃꿀에서 비롯한 탄수화물(당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폭우, 가뭄, 이상기후 등으로 개화기가 들쑥날쑥해지면서 꿀벌들의 꿀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꿀벌들의 '대기근'으로 이어져 면역력 저하로 인해 적은 기생충감염률로도 궤멸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경제적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USDA에 따르면 미국 내 꽃가루받이의 80%를 꿀벌이 맡고 있다. 또 미국 국민의 식단의 35%가 이처럼 꿀벌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출하한 농작물에서 비롯한다.
게다가 꿀벌 개체수가 줄어들면 식품업계와 계약된 꽃가루받이용 벌을 길러내기 위해 꿀벌과 양봉업자들에게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진다. 특히 메릴랜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꿀벌이 혹사당하면서 꿀벌의 평균 수명은 50년만에 50% 줄었다. 1970년대 34.3일가량이었던 꿀벌의 수명이 지난해 11월 연구결과 17.7일로 줄어든 것이다.
세계양봉연맹 회장 제프 페티스는 AP통신, 가디언지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집단폐사는 미국 내 수분 수요를 가까스로 충족시킨 매우 걱정스러운 손실 규모"라며 "기후변화가 봉군의 생존에 끼치는 영향은 실제적이지만,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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