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달랑 3명 "예방에 초점 맞춰야"
지난해보다 피해규모가 2배 넘게 커진 꿀벌 집단폐사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부터 확보하고, 꿀벌 질병 연구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어기구·이원택·정희용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꿀벌 집단폐사에 따른 대책 국회 토론회'에서는 최근 월동벌 집단폐사로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양봉농가들를 위해 조기회복 지원책 및 피해 재발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월동 소멸피해를 입은 벌통 수는 94만4000여개로, 개체수는 61.4% 줄어드는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22년 피해 봉군 수 42만여개와 비교했을 때 2배를 훌쩍 뛰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양봉경력이 30년이 넘는 전업농가에서도 대량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5월 아까시나무 꽃이 개화하는 본격적인 채밀기를 맞았는데도 꿀벌이 부족해 양봉농가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농가가 각각 제시한 피해규모가 서로 확연하게 다를 정도로 기초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양봉협회와 달리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월동벌 피해규모를 18~30% 수준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양봉농협은 매년 봄벌을 키우는 데 필요한 화분떡을 판매하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화분떡 판매량이 55% 줄었다"며 "따라서 농가 피해는 적어도 50% 이상 된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농림부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산림과학원 등 유관기관, 학계, 생산자단체가 참여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를 구성하고, 피해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해 중장기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꿀벌의 '사인'을 규명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꿀벌 집단폐사에 대해 이상기후, 농약, 꿀벌응애 등 여러 원인들이 제기되면서 꿀벌 외적인 부분의 윤곽은 잡혀가고 있다. 반면 꿀벌 자체의 면역체계나 병리학적 증상에 대해 파악하고, 실질적인 죽음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극소수다.
실제로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꿀벌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날개불구바이러스감염증, 검은여왕벌방바이러스감염증, 이스라엘급성마비증 등 여러 병원성 감염병이 증가 추세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윤병수 한국꿀벌질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도 연구중에 있고, 지금은 백신이 나와있을 뿐"이라며 "강력한 병원체가 나왔을 때 대비해서 쓸 수 있도록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도 '사양관리' 위주이고, 사실상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꿀벌질병관리센터의 수의사 3명이 17가지에 달하는 전국의 꿀벌 질병을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꿀벌들의 감염 양태를 보면 전국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지금이 초기 증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축재해보험 대상 질병은 미국부저병, 낭충봉아부패병 2종 뿐이다. 큰 피해에도 별다른 보상이 없어 지난 2021년 어기구 의원실 조사 결과 전체 봉군 수 대비 재해보험 가입률은 2.6%에 불과했다.
김용래 조합장은 "앞으로도 양봉농가들에 이같은 어려움이 수시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특별재해 지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별재해 법령 제도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봉농가 전체가 재해보험을 들 수 있도록 국비·지방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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